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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pr 06. 2022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김초엽 작가의 “시몬을 떠나며”를 읽고


당신과 나를 지키는  , 마스크가 답이다라는  문구를 달고 버스가 달린다. 개인적인 공간을 제외한 모든 일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  햇수로 3년째, 시간으로는 2년을 훌쩍 넘겼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도 답답해서 쓰지 않던 마스크를 이제는 한여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 팬데믹 동안  보낸 2번의 겨울을 감기   앓지 않고 지냈다. 나에게 겨울 감기는 의례히  번쯤은 거쳐야  계절 의식 같은 것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마스크 덕분인 듯하다.


마스크가 점점 편안해진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생각에 잠기면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면서 얼빠진 모습이 된다.  마스크는 이런 나의 모습을 완벽하게 감춘다. 가끔 표정을 숨기고 싶을 때 마스크는 큰 도움이 된다. 화장을 안 하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던 친구들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외출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히는 것이 싫었는데 마스크를 쓰면서 조금 나아졌다. 역시 내 얼굴은 가리면 가릴수록 봐줄 만 하구나 하면서 웃는다.


팬데믹이 끝나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닐까 생각해본다. 예전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이 마스크를 쓰면 뭔가를 숨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앞으로는 연예인이 아니어도 방한용이 아니어도 마스크 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김초엽 작가의 작품집 < 행성어 서점>에 실린 “시몬을 떠나며”를 읽었다. 시몬 행성의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생활한다. 가면은 어느 날 연구원의 실수로 유출된 외계 생물이 시몬 사람들의 얼굴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고 증식한 것이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시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가면이 생긴다. 시몬 사람들은 처음에는 절망했으나 점점 가면을 좋아하게 된다. 몇 년후에 기생생물을 얼굴에서 제거하는 실험이 성공했지만 그들은 그냥 가면을 쓴 채로 살아간다. 가면을 쓰지 않아도 서로의 진심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더 이상 억지로 거짓 표정을 짓지 않게 된다. 대신 서로의 진짜 마음을 읽으려고 하고 서로에게 진짜 다정함을 베풀려고 한다. 그래서 시몬인들이 가면을 계속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팬데믹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설령 이번에는 끝난다 해도 다른 팬데믹이 예상된다. 어쩌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시몬 사람들처럼 우리도 마스크와 함께 계속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감정과 표정, 내 얼굴의 단점을 숨길 수 있어 마스크가 처음보다 편하게 느껴진다. 왠지 이런 마음은 곤란할 것 같다.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려면 마스크에 가려져 읽기 힘든 표정과 감정보다 진짜 마음을 읽으려고 서로서로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김초엽 작가의 짧은 글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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