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를 읽고
TV에서 AI를 광고한다. 지난여름에 보았던 지드래곤의 했던 뤼튼 광고는 도대체 뭔가 했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지드래곤이 화면에 나오길래 초집중해서 보았는데도 통 모르겠더라.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생성형 AI 광고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요즘은 캔바와 나노바나나 같은 AI를 홍보하는 광고를 본다. 그뿐인가, AI를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광고도 심심찮게 보이기 시작했다. 결과물이 내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AI는 우리 생활의 어디까지 왔나?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를 읽었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가장 먼저 AI의 영향을 받은 바둑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글이다. 이제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바둑 AI에게 바둑을 배운다. 전문가와 고수들의 권위가 예전만 못하다. AI는 수마다 승리 확률을 제시하고, 프로기사들은 AI가 추천하는 수를 익히며 훈련하고 실전에서도 그렇게 둔다. 경기 중계와 해설도 AI가 없으면 곤란하다. 신진서 기사를 비롯한 몇몇 최고 실력자를 제외하면 많은 프로 기사들의 역할과 수입이 현저하게 줄었다. 바둑 산업의 지형이 바뀌었다. 지금껏 바둑계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여러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이다. 특히 대형 IT업계에서 들려오는 대량해고 소식은 두렵다.
AI시대에도 살아남아 인간이 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이 있을까? 예전에 아마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였던 걸로 기억한다. AI 대체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예상되는 직업 목록에 예술가들이 상위에 있었다. 그 목록을 보고 AI 시대가 오기 전에 예술하는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자조했었다. 앞으로는 예술도 AI가 더 잘할 것 같다. 예술은 영감과 감동을 주고 사람들이 서로 합의와 인정하는 것 아닌가. 사람들의 그림만 감동을 주라는 법 있나? 인간들의 작업만 예술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미지를 그려주고 영상을 뚝딱 만들어주고 발표자료도 금세 만들어주는 AI를 보며 한편으로 설레기도 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혼자 상상만 하고 구현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내가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렸을 때는 별별 상상을 했더랬는데, 지금은 쥐어짜고 몸부림을 쳐도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바둑은 고수들과의 대국을 통해 보고 배우고 익히는 것이 실력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금껏 물리적이나 경제적 이유로 그렇게 할 수 없었던 바둑 기사들이 AI와 학습하여 실력향상이 크게 되었다. 이것 또한 새로운 기회이다.
그렇지만 내가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이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보장은 없다. 많은 바둑기사들의 실력이 좋아졌지만, 프로 바둑리그 산업이 쪼그라지면 의미가 없다. 그러면 뭘 해야 하지? 아이 참. 두려웠다가 설렜다가 다시 암울하다.
<먼저 온 미래>에서 ‘불쉿 직업(bullshit job)’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현대사회에는 통째로 사라져도 세상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직업이 많다’고 한다. 이 말을 처음 만든 데이비드 그레이버에 의하면 ‘불쉿 직업은 전체 일자리의 40%에 육박하며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 한다. 반대로 쉿 직업(shit job)은 사회적 의미가 있으며 종사자들이 사라지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환경미화원, 건설 현장의 잡부가 대표적이다. 젠슨 황이 언급했던 배관공도 쉿 직업에 해당하겠다. AI는 불쉿 직업을 모두 대체할까. 쉿 직업은 대체는 할 수 있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인간이 하게 둘까?
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해 보자. 시골에 사는 은퇴생활자(할머니라고 말해야 할 것 같지만 아직 손주가 없으니…)로서 AI와 무얼 해야 하지? 딱히 필요해 보이지 않지만 모르면 뒤처지고 손해 볼 것 같다 말이지. 다소 귀찮다. 하지만 뭐라도 해야 한다. 아무튼 해 보는 걸로. 뭐든 해보기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