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싫고, 빵은 너무 맛있고

류은숙 작가님의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고

by 송알송알
우리 집에 운동도구들이 제법 있더라.

운동이 싫다. 아니 운동이라기보다 몸을 움직이는 게 너무 싫다. 빵과 커피와 사과만 있으면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뒹굴할 수 있다. 나무늘보를 쏙 빼닮은 나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류은숙 작가의 말처럼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이 시대의 복음‘이 되어서 그런가. 나는 괜찮은데 주위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제 슬슬 걱정이다. 여기저기 아프다. 의사에게 물어보면 운동부족이란다. 또 시시때때로 피곤하다. 일상적으로 늘 하는 일 말고 다른 무언가를 하면 너무 피곤해서 쓰러진다. 원래도 체력이 좋지 않았지만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이것도 운동을 안 해서 그렇단다. 그리고 뱃살이 … 아휴, 이상하게도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뱃살이 조만간 남산만큼 될 것 같다. 남산처럼 솟아만 있으면 봐줄 만하겠는데 출렁출렁거린다. (아~ 미치겠다) 밥을 엄청나게 많이 먹는 편도 아닌데 왜 이럴까? 운동 부족이란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뭐가 좋을까.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었다. 나처럼 평생을 운동과 담쌓고 살았던 중년 여성의 운동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등운동 기구에서 팔 운동을 하는 사람,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운동복부터 사는 사람이라~ 오호라? 처음에는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글도 얼마나 재미나게 쓰는지, 나도 운동만 시작하면 언젠가는 류은숙 작가처럼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책을 읽을수록 벽이 느껴진다. 철벽 말이다. 데드리프트, 체스트프레스, 스쿼트, 철봉 매달리기, 월슬라이드, 크런치, 바이시클매뉴버, 레그레이즈 등등 이름도 생소하고 설명을 듣기만 했는데도 고개가 돌아간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흠… 나는 저자와 달리 몸무게가 갑자기 늘어나지 않았잖아? 술은 못 마시니 1 년에 서너 잔 마시나? 아침 식사는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먹잖아? 음식 남는 것도 잘 참고 말이야?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간 적도 없잖아? 아직은 병원 검진 때마다 콜레스테롤 지수가 올라간다고 의사라 매번 야단하지만 아직은 고지혈증도 고혈압도 아니고 말이야. 운동 말고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빵을 끊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빵을 너무나 사랑한 죄를 저지른 벌을 달게 받기로 했다. 빵만 끊어도 뱃살이 쏙 빠지고 금세 건강해지리라. 그런데 말이다. 집에 빵이 많다. 아침식사로 먹는 베이글이 냉동실에 가득하다. 내 기준으로 문경 최고의 맛집인 오복 찐빵에서 사 온 찐빵도 있다. 맛있는 빵을 버릴 수는 없고 있던 빵은 다 먹고 빵과 헤어지기로 했다.

사과 아니고 빵이다. 맜있게 먹었다.

“빵이 맛있어. 부드러운 게 살살 녹는다. 녹아”

빵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이틀쯤 지났나? 단양에 놀러 갔다가 방문한 카페에서 빵을 한가득 사 왔다. 빵 굽는 냄새와 먹음직스러운 모양새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 빵이 너무 맛있다. 빵 없이는 나는 살기 힘들 것 같다. 빵과 헤어지지 못하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는 말은 안 했으니 다행이다 싶다. 술 마시려고 열심히 운동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도 빵을 위해 피트니스가 아니더라도 뭐라도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으앙.


운동은 여전히 싫고, 빵은 너무 맛있다. 아마도 나는 계속 고민만 하고 있을 것 같다. 일단은 몸을 조금 더 움직여보자고 … 슬쩍 타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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