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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pr 26. 2022

포노 사이언스로 진화하려고 노력 중… 느려서 죄송합니다

Step 1.

“푸하하하. 우리가 이래도 되는 거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한때 IT 개발자이었거나 여전히 IT 관련 일을 하는 친구 4명이 모였다. 주로 사용하는 기능 - 전화와 문자는 2G 폰으로 충분한데  굳이 스마트폰이 왜 필요하냐는 친구들이었다. 드라마 ‘기황후’를  봐야 한다며 귀가한 친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2014 봄날이었다.


Step 2.

“아직도 모바일 뱅킹 사용 안 해요? 얼마나 편한데요.”

부엌 하수구가 막혔다. 뚫어뻥 4통을 들이부어도  뚫리지 않아 보수업체에 부랴부랴 연락해 고쳤다. 수리보수 10 원을 요구했다. 지갑에 10 원씩이나 넣고 다닐 재력이 나는 없다. 난감한 표정을 읽은 아저씨가 계좌이체를 해도 된다며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넨다. PC 켜고 은행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지켜보던 아저씨가 모바일뱅킹을 영업(?)하신다. 이렇게 편리한 것을   쓰냐는 표정에 ‘젊은 사람이 아직도 저러고 살까. 쯧쯧 ‘ 묻어있다. 나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모바일뱅킹보다 전화번호와 똑같은 아저씨의 계좌번호가  신기했다. 계좌번호 외우기  쉽겠다 싶었다. 언제였더라.


Step 3.

“입금이 늦어서 취소되었대. 이게 뭐야”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 선수가 세운 기록을 기념하는 굿즈가 출시되었다. 선착순 판매였다. 볼일이 있어  밖에 있었지만 스마트폰 덕분에 어찌어찌 구매신청은 했다. 입금은 집으로 돌아가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구매신청을 선착순으로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입금도 선착순일 줄이야. 이래서 모발 모발 모바일 모바일 하는구나. 나도 결제와 이체 정도는 밖에서도 해야겠다 싶어 카카오페이를 깔았다. 2018년이었다.


Step 4.

카카오 뱅크 모임통장 초대장이 날아왔다. 모임 운영방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첫 모임에 참가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만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모임 참가비는 이미 일시불로 납부했고 회비 사용은 눈에 훤히 보이는데 굳이 왜? 필요 없다는 생각에 초대를 거절했다. 후지고 후진 내 핸드폰은 더 이상의 앱을 담아낼 여력이 없다. 새로운 앱을 깔기 위해서는 기존의 앱 중에 하나를 지워야 한다. 귀찮다. 게다가 카뱅같은 금융 앱은 가입이 까다롭다. 내 개인정보의 모든 것을 싹싹 긁어가는 기분이 들어 거부감이 든다. 그렇지만 모임에서 정한 규칙을 마냥 몰라라 할 수 없지 않은가. 내가 끝까지 모임통장에 가입을 하지 않으면 총무님이 불편할 것 같다. 카뱅을 깔아야겠지?  2022년이다.


그다음은 뭘까?

변화가 귀찮다.

속도는 왜 이렇게 빠른지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지거나 숨 넘어갈 것 같다.  

그래도 노력은 해야 하겠지.

먼저 스마트폰부터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아직 말짱하다.

떨어트려? 던져버려? 아 몰라.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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