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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 따로 또 같이 잘 살아보세

김봄 작가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를 읽고

by 송알송알


“꼬리를 붙들려 ‘카펫 위로 끌려가는’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진보론자의 진영으로 넘어갔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을 읽다가 이 문장에 웃음보가 터졌다. 생물 분류와 다윈의 ‘종의 기원’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무슨 말이야?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진화론자’를 ‘진보론자’로 잘못 읽은 것이었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때문이다. 좌파가 있으면 우파 고양이도 있겠다. 푸하하하 웃으며 우파 고양이의 꼬리를 붙잡아 좌파 카펫 위에 살포시 앉히는 상상을 했다. 그 고양이는 우아하고 도도한 자세를 유지할까? 아니면 내 손등을 할퀴며 반항할까? 그전에 나는 꼬리도 잡지 못할 것 같지만 사실 그러고 싶지 않다. 먹을거리나 장난감을 이용하든지 해서 스스로 옮겨 가도록 해야지 꼬리를 잡고 억지로 이동시킨 들 금세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보수 엄마와 진보 딸의 좌충우돌 공생기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를 읽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대한민국 가족 모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 더 그렇다. 대구가 고향인 나도 서울 가더니 빨간 물이 들었다는 친척들의 걱정을 종종 듣는다. 나는 고향 어르신들의 근거 없는 문재인 대통령 비난에 속이 부글부글거린다. 가족들이 싸워서 좋을 게 없다 싶어 이 책의 가족들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낸다. 명절에 정치 이야기가 큰 싸움으로 번졌다는 뉴스가 가끔 들리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은 우리와 김봄 작가의 가족처럼 지낸다. 큰소리로 싸우며, 때로는 서로가 이해되지 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고 , 때로는 상대 진영의 말이 더 맞는 것을 알지만 인정하기 싫어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호시탐탐 서로를 전향시키려고 노력하며 말이다. 나와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부모를 부모라 부르지 않을 건가, 자식을 자식 취급을 안 할 건가. 그럴 리가 없다.


김봄 작가와 어머니 손여사의 관계처럼 어긋나면 어긋난 대로, 이어지면 이어진 대로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거다. 보고 듣고 느끼며 만들어진 자신의 역사가 다를 텐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의무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진보라면 무조건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 이리저리 다 퍼주고 나라살림 거덜 났다고 철석같이 믿는 삼촌들의 생각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은 진보와 보수를 철새처럼 왔다 갔다 잘만 하던데, 우리 집안 어르신들은 어쩜 이렇게 한결같으실까. 뭐 좀 좋은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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