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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pr 28. 2022

보수와 진보 - 따로 또 같이 잘 살아보세

김봄 작가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를 읽고


“꼬리를 붙들려 ‘카펫 위로 끌려가는’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진보론자의 진영으로 넘어갔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을 읽다가 이 문장에 웃음보가 터졌다. 생물 분류와 다윈의 ‘종의 기원’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무슨 말이야?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진화론자’를 ‘진보론자’로 잘못 읽은 것이었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때문이다. 좌파가 있으면 우파 고양이도 있겠다. 푸하하하 웃으며 우파 고양이의 꼬리를 붙잡아 좌파 카펫 위에 살포시 앉히는 상상을 했다.  그 고양이는 우아하고 도도한 자세를 유지할까? 아니면 내 손등을 할퀴며 반항할까? 그전에 나는 꼬리도 잡지 못할 것 같지만 사실 그러고 싶지 않다. 먹을거리나 장난감을 이용하든지 해서 스스로 옮겨 가도록 해야지 꼬리를 잡고 억지로  이동시킨 들 금세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보수 엄마와 진보 딸의 좌충우돌 공생기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를 읽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대한민국 가족 모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 더 그렇다.  대구가 고향인 나도 서울 가더니 빨간 물이 들었다는 친척들의 걱정을 종종 듣는다. 나는 고향 어르신들의 근거 없는 문재인 대통령 비난에 속이 부글부글거린다. 가족들이 싸워서 좋을 게 없다 싶어 이 책의 가족들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낸다. 명절에 정치 이야기가 큰 싸움으로 번졌다는 뉴스가 가끔 들리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은 우리와 김봄 작가의 가족처럼 지낸다. 큰소리로 싸우며, 때로는 서로가 이해되지 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고 , 때로는 상대 진영의 말이 더 맞는 것을 알지만 인정하기 싫어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호시탐탐 서로를 전향시키려고 노력하며 말이다. 나와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부모를 부모라 부르지 않을 건가, 자식을 자식 취급을 안 할 건가. 그럴 리가 없다.


김봄 작가와 어머니 손여사의 관계처럼 어긋나면 어긋난 대로, 이어지면 이어진 대로 따로  같이 살아가는 거다. 보고 듣고 느끼며 만들어진 자신의 역사가 다를 텐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의무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진보라면  무조건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 이리저리 다 퍼주고 나라살림 거덜 났다고 철석같이 믿는 삼촌들의 생각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은 진보와 보수를 철새처럼 왔다 갔다 잘만 하던데, 우리 집안 어르신들은 어쩜 이렇게 한결같으실까. 뭐 좀 좋은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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