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박동원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든 생각
“키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함성과 응원을 많이 들었다”
설마, 이 말이 인터뷰에서 나왔다고? 도대체 어떤 선수가 팬들의 응원을 비교하는 말을 내뱉을 수가 있는 거지? 믿기 힘들었지만 진짜 레알 팩트였다. 지난 5월 5일 키움 히어로즈와 기아 타이거즈 경기의 수훈 선수 인터뷰 중에 나온 말이다. 이 경기에서 키움은 기아에 1대 10으로 대패했고 2개의 홈런을 친 박동원 선수가 수훈선수였다. 박동원 선수가 누구냐? 4월 24일 기아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키움 히어로즈의 주전 포수였다. 10년 넘게 그를 응원했던 마음이 무시당한 것 같다. 기분이 좋지 않다.
“1루에서 히어로즈 응원석을 보니 한 줌밖에 되지 않더라.”
2021 시즌 서건창 선수가 엘지로 이적한 후 키움과 엘지의 경기를 잠실야구장에서 본 친구가 그랬다. 엘지 쪽에서 보니 히어로즈 응원석에 앉아 있는 팬들이 생각보다 더 적어 보여 서글펐단다. 키움 히어로즈는 팬덤 규모가 작은 구단이다. 구단 역사도 짧은 데다 엘지와 두산 팬덤층이 두터운 서울을 연고로 하다 보니 팬덤이 커지기 힘들다. 9개 구단과 달리 대기업 후원을 받지 않는 유일한 구단으로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 타 팀 팬들은 히어로즈를 팬도 돈도 없는 거지 구단이라고 놀린다.
“히어로즈 팬들은 일당백이다.”
지금은 KT 위즈에서 뛰고 있는 박병호 선수가 예전에 한 말이다. 정말이지 그랬다. 그래서 나처럼 소심하고 얌전하고 눈에 띄기 싫어하고 목소리도 작고 조용히 야구만 보고 싶은 사람도 목이 쉴 때까지 소리 지르고 구호를 외치게 된다. 함성 소리가 작으면 우리 팀 선수들 기죽을까 봐 함성이 저절로 커진다. 분명 고척돔인데 홈구장인지 원정구장인지 헷갈릴 정도로 히어로즈 응원석까지 점령한 상대팀 팬들은 히어로즈 팬들로 하여금 응원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든다. 2019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팬들에 둘러싸여 응원한 적이 있다. 히어로즈 응원석에 바로 붙어있는 내야석인데도 SK 팬들이 더 많았다. 오기가 나서 일당백이 아니라 일당천의 기운으로 응원했던 것 같다. 경기가 끝나고 ‘응원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히어로즈가 이겨야 했다’며 SK팬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일당백’이라는 말이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그만큼 히어로즈를 사랑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일당일만해도 충분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일당백이라 하여도 팬덤이 강한 팀의 응원과 함성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선수도 알고 팬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한 힘껏 응원했다. 박동원 선수는 거친 스윙폼으로 타 팀 팬들의 비난을 유난히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키움 팬들은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트레이드 소식에 속상하고 안타까워했는데 키움에서는 기아와 같은 응원과 함성을 듣지 못했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섭섭한 마음이 일렁거린다. 새팀의 팬들에게 처음으로 인사하는 자리여서 흥분했고 잘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랬나. 이해해보려 해도 잘 안된다. 어떤 이들은 말 한마디에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한다고 호들갑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야구를 좋아하고 우리 팀을 사랑하는데 이 정도 호들갑은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박동원 선수는 비교를 하지 말고 기아 팬들의 큰 응원과 함성이 도움이 되었다고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좋은 점은 좋다고, 남보다 더 나아서 좋은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좋다고 하면 된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 남보다 결과가 좋아서 잘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잘한 거라고 말하면 된다. 남과 비교해서 하는 칭찬이 마냥 기분 좋을까. 비교하지 말자. 야구를 보며, 어느 선수의 인터뷰를 들으며 삶의 지혜를 하나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