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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n 28. 2022

눈물 나게 반갑다. 매버릭!!

영화 <탑건:매버릭>을 보고


영화 <탑건:매버릭> 보았다. 학교 졸업 이후  번도 보지 못했던 친구를 30여 년만에 만난 기분이다. 멋지고  생겼는데 능력까지 출중해서  마음을 설레게 했던, 조종사였지만 바이크 타는 모습이  멋졌던, 가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했던 친구 말이다. 반가운 마음에 굵은 빗줄기에도 한달음에 달려갔고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엔딩크래딧이 올라가는데  눈물이 난다. 반갑고 뿌듯하고 감사하고 먹먹하다. 친구야  지내고 있었구나. 반갑다, 매버릭!!


“뭐? 매버릭이 아직도 대령이라고?”

내 그럴 줄 알았다. 조종기술은 넘사벽이지만 학교 다닐 때도 번번이 교관들과 부딪치던 그의 성깔을 상사들이 좋아했을 리 없다. 군대는 규칙과 매뉴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과 동료들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룰보다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행동하는 매버릭이 진급 못한 것은 당연하다. 제복 오른쪽을 빼곡하게 채운 수훈 훈장이 없었다면 진즉에 전역하지 않았을까. 나이와 세월에 타협하지 않고 패기와 자신감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매버릭이 멋지다. 자칫 객기로 보일 수 있는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살아보니 알겠더라,


“구스의 아들과 한 팀이라고?”

교관들의 말을 잘 듣지 않던 훈련생 매버릭이 탑건의 교관이 되었다. 믿기 힘들지만 그렇다. 교관이 싫으면 전역해야 한다는데 어쩌겠나. 아들 또래의 훈련생들은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친다. 이미 최고인 자신들을 가르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만년 대령인 매버릭을 우습게 본다. 게다가 매버릭의 윙맨이었던 구스의 아들, 루스터는 그를 원망한다. 매버릭과 루스터는 구스의 죽음이 자신의 무모한 비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난감하다. 부모 세대를 불신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한마디만 해도 잔소리로 여기고 꼰대라고 부르는 아이들이다.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만 할 때가 아니다.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불가능해 보이는 비행을 매버릭이 보여주자 스승으로 여기고 진정한 한 팀이 되고 작전은 성공한다. 나의 경험과 지혜가 더 이상 아이들에게  도움이 그다지 되지 않는 것을 자주 느낀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자꾸만 의기소침해진다. 어린 훈련생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작전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뻐근하다.


“미래에는 조종사가 필요 없다더라?”

전투기 조종은 드론으로 대체되고 더 이상 조종사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해군 소장에게 매버릭은 이렇게 말한다.  “not today” 오늘 나는 카페에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은행에 가지 않고 아파트 관리비를 납부했는데 오늘은 아니라고?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 노인들 말동무 로봇 광고가 TV만 틀면 보인다.  매버릭은 아직은 아니라고 말하고 자신의 말을 증명해 보였지만 우리 세대들의 역할이 아직도 남아있기는 한가. 모든 것이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미래에 인간이 할 일이 있기는 할까.


“중요한 것은 조종기가 아니라 파일럿이죠!”

조종기는 잘 모르지만 막판에 매버릭과 루스터가 탄 F-14가 골동품급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런 조종기를 타고 적군의 5세대 전투기 2대를 격추시키고 함대로 무사 귀환한다. 성능 차이가 큰 차세대 전투기가 일방적으로 우세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최신 전투기는 도그파이트에 적당하지 않은 데다 매버릭의 수많은 경험이 진가를 발휘한다. CG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대역도 쓰지 않고 촬영했다는 조종기 전투 장면에 가슴이 벅찬다. 암만, 더 이상 청춘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있는 거다. 그래, 인간이 못할게 뭐 있어. 그래도 전쟁은 안 했으면 좋겠다. 조종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이유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길 희망해본다.


반갑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감사하고 먹먹하다. 마냥 기쁘지만 않고 먹먹한 마음이 커진다. 무인 드론이 조종사를 대체하고 톰 크루즈가 액션 연기를 더 이상 하지 못하고 CG를 활용해야 하고  청년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날이 온다. 시간은 계속 흐르니까 말이다. 오늘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래도 오랜만에 건재한 모습의 매버릭을 만나서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좋아서 눈물이 난다. 만년 대령이지만 여전히 조종사로 활동하고 있는 매버릭이 멋지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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