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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l 19. 2022

날씨 핑계로 전자제품이 늘어납니다


“건조기 필요하지 않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장마 기간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비가 올 것 같아 빨래를 하지 않으면 해가 쨍쨍하다. 날이 좋을 것 같아 세탁기를 돌리면 어느새 먹구름이 몰려온다. 여름이라 빨래는 많은데 빨래 타이밍 맞추기가 어렵다. 그뿐인가 널어놓은 빨래는 채 마르기도 전에 내리는 비에 물기를 빨아들인다. 이렇게 말린 빨래는 뽀송뽀송하지 않고 가끔 쉰내를 풍긴다. 마른 듯 마른 것 같지 않은 옷을 입으며 남편이 건조기 이야기를 꺼낸다.


집안에 전자제품이 점점 늘어난다. 결혼할 때 TV,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청소기를 가지고 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자제품이 많아도 참 많다. 냉장고는 일반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로 2개가 되었다. 우리 집 식생활을 생각하면 전자레인지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웬일인지 오븐도 있고 에어프라이어도 있다. 실제로 우리 집 오븐은 몇 년째 멈춰 있다. 집에 한대만 있던 PC는 어느새 가족 모두  하나씩 갖고 있다. 노트북은 이동만 쉬운 게 아니라 소유도 쉽다. 핸드폰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핸드폰은 사용기간도 짧아 서랍에는 버리지 못한 옛날 핸드폰이 수북하다.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살고 있는데도 이 정도이다. 그뿐인가 날씨 때문에 장만한 전자제품도 하나 둘 늘고 있다.


2018년에 에어컨을 장만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름 낮에는 현관문을 열어놓고 지낸다. 맞바람이 불어 제법 선선하다. 밤에는 모기와 보안 때문에 문을 닫아야 했지만 선풍기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그해 여름은 1994년 여름을 기억나게 할 만큼 무더웠다. 1994년은 내 기억으로 가장 더운 여름이었는데 2018년은 1994년보다 훨씬 더웠다. 열대야가 며칠씩 계속되어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생활은 엉망이 되었는데 더위는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한 번은 그럭저럭 버틴다고 해도 매년 반복되면 못 살 것 같았다. 그렇게 에어컨이 생겼다.  어지간하면 틀지 않으려 애쓰며 지낸다.


제습기는 에어컨보다 일찍 장만했다. 정확한 년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장마가 유난히 길었을 때였다. 빨래보다 하루 종일 물속에 있는 것 같아 힘들었다. 제습을 하면 습한 공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제습기에서 나오는 열기가 만만찮아 쉽지 않았다. 대신 제습기와 선풍기를 이용해 빨래를 말릴 수 있어 좋았다. 제습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건조기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도 빨래를 뽀송뽀송하게 말리고 싶다. 쉰내 나지 않는 수건에 얼굴을 닦고 싶다. 제습기로는 부족하다.


“건조기가 왜 필요해? 여름만 잘 지나면 되는데…”

우리 집에서 건조기 사는 일은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자신 없다.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처럼 발코니에 빨래를 널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빨래는 자고로 햇빛에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일광 소독도 하고 얼마나 좋은가.  햇빛이라는 좋은 에너지가 있는데 굳이 전기를 써서 빨래를 말릴 필요가 있나? 단시간에 고열을 쐬면 옷감도 상할 텐데 말이다. 건조기가 필요 없는 이유를 나열해본다. 그런데도 자꾸만 건조기에 눈길이 간다.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7 16  한겨레 신문에 기후위기 관련 칼럼이 실렸다. 기후변화로 가전제품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 그래서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 심해진 이상 기후를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전자제품의 힘을 빌리고,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된다. “기후 위기에 일조하는  같아서  사려고 했지만 좁고 환기가  되는 집에서 더는 버틸  없었다 어느 인터뷰이의 말이   심정이다. 건조기를 사면    같다.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과  사람이라도 에너지를  쓰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여름만 지나가면 건조기 욕심이 사라질까. 여름마다 장마철마다 빨래를 싸들고 빨래방을 다녀야 하나.  빨래방 건조기와 우리  건조기가 뭐가 다른가. 건조기가 없으니 불편하고, 건조기가 있으면 죄책감에 괴로울  같다. 아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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