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알송알 Jul 21. 2022

삼계탕도 안부인사도 보양식이다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7월 16일이 초복이었다. 워낙에 복날, 동짓날이니 대보름이니 하면서 특식을 해 먹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맛있게 만들지 못해서이지만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한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지금은 영양이 부족했던 예전처럼 굳이 복달임 음식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구색을 갖춰 만들어 먹었지만 지금은 가끔 내가 먹고 싶을 때만 어쩌다 한다. 그래서인지 지난 토요일이 복날이라는 것을 몰랐다.


“엄마, 오늘 복날인데 삼계탕 안 먹어요?”

“오늘이 복날이라고? 그래? 그런데 네가 평소에 먹은 닭이 얼마나 많겠냐? 너는 닭에게 미안하지도 않아. 꿈에 다리 내놓으라며 닭들이 쫓아올 것 같은데…”

아이가 복날을 언급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복날이 아니라 삼계탕이다. 요 며칠 식사를 더위를 핑계 삼아 불을 최소로 사용하는 메뉴로 간단하게 차려 먹어서 그랬나. 아들이 삼계탕을 먹고 싶어 한다. 괜히 무안해져서 이제부터 복날을 닭고기를 먹지 않는 날로 정하자는 농담을 했다. 복날을 잊고 있었으니 닭이 준비되어 있을 리 없다.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갈 것인가? 식당에 가서 먹을 것인가 아니면 포장해 올 것인가? 행복한 고민인데 다 귀찮다. 거실에 멍하게 앉아 있다가 엄마 생각이 났다. 친정엄마라면 뚝딱 만들어주실 텐데… 더위에 식사는 제대로 하고 계실까.


친정 엄마는 복날 하루 전에 성당에서 준비한 삼계탕을 드셨다고 했다. 가까이 사는 언니가 가져다준 삼계탕도 있어 며칠은 닭고기만 먹게 되었다면서도 기분 좋게 웃으셨다. 여름에 가족들 건강 잘 챙겨라, 더위를 이겨내려면  잘 먹어야 한다, 가족들이 입맛이 없어도 먹을 수 있도록 맛있게 해라, 삼계탕 끓일 때 녹두를 넣으면 맛이 더 있으니 해봐라 등등 잔소리와 덕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말씀이 길어진다. 우리도 맛있게 해 먹었다는 거짓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른 어른들의 안부도 궁금해졌다. 장마와 더위에 잘 지내고 계실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에 마음은 편안하실까. 그렇게 안부전화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시댁 작은 어머니 두 분과 시누이 두 분과 통화를 했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이 분들에게 내가 직접 연락을 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특별한 일 없이 연락하는 경우는 드물다. 웬걸. 반가워하셨다. 코로나 걸려 고생한 이야기, 텃밭이야기, 여행 다녀온 이야기, 손녀들 이야기 등등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나는 가끔 추임새만 넣으면 되었다.


어른들이 즐거워하시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 착한 일을   같아 으쓱해진다. 시댁에만 어른들이 계신 것도 아니고 내친김에 친정 어른들에게도 안부전화를 돌려볼까. 마음은 있으나 쉽지 않았다. 1시간 30분쯤 이어진 전화통화에 핸드폰이 뜨끈뜨끈하게 느껴졌다. 초복 인사는 여기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복날에는 친정 어른들에게 안부인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좋아하시겠지?  삼계탕만 보양식이더냐, 안부인사도 보양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날씨 핑계로 전자제품이 늘어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