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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pr 14. 2023

봄은 맛있다고들 하는데?

열여덟 번째 문경일기


봄나물이 지천이다. 사람들이 이런 걸 다 뜯어먹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많다. 봄이 오자마자 냉이를 시작으로 곰취, 삼동초, 달래, 민들레잎, 가시오가피순, 고사리, 머위, 두릅을 먹었다. 우리 집 마당과 텃밭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이웃들의 밭과 마당에는 많이 보인다. 이웃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뜯기도 하지만 대개는 한 바구니 가득 나눠 주신다. 지금 아니면 억세져 먹을 수 없단다. 봄과 이웃 덕분에 밥상에 늘 봄나물 하나는 꼭 있다. 어제는 두릅 전을 오늘은 가시오가피 무침을 해 먹었다.


1년 전의 밥상은 어땠나. 봄나물이 시장에 나오면 한 번은 사서 해 먹었다. 봄이니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나물 반찬은 맛 내기가 은근히 까다롭다. 우선 다듬는 일이 힘들다. 특이 냉이와 달래는 다듬는 게 워낙 힘들어 먹고 싶은 마음이 종종 달아난다. 다듬은 후에 데치고 나면 양은 왜 그리 줄어드는지 허무하기 그지없다. 생으로 먹어도 되는 것은 상관없지만 말이다. 나물에 맞는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치거나 볶는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우리 집 밥상에서 콩나물을 제외한 나물 반찬은 인기가 없다. 주방장인 내 솜씨가 부족한 탓이 크다. 아무리 조금 해도 늘 남아돈다. 남은 나물 반찬은 늘 내 차지이다. 나 혼자 맛있게 먹으려고 식구들이 즐기지 않는 반찬은 만들기 싫다.


이러니 나물을 뜯고 캐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아직까지 나물인지 풀인지 채소인지 잡초인지 구분을 제대로 못하기도 한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나물을 뜯고 캐어 맛있는 봄을 즐길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기껏 자연 가까이 와서는 자연이 주는 선물을 거부하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봄은 맛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될까? 아닐까?


엄나무순을 따다 먹으라는 연락이 왔다.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냉큼 달려갔다. 나무가 크고 가시가 많아 혼자는 힘들 것 같다.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싫단다. 먹어 본 적도 없고 딱히 먹고 싶지도 않다나. 이런 이런. 맛있는 봄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항상 말린 건고사리만 먹다가 초록 고사리는 처음 먹어본다.


#브라보문경라이프 열여덟 번째 #문경일기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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