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알송알 Mar 06. 2023

모르면 풀이고, 알면 나물이다

“냉이꽃이 피었네. 꽃이 피면 맛이 없는데…”

“예? 냉이에 꽃이 핀다고요? ”

“……”


마당에서 만난 이웃사촌이 냉이를 왜 캐지 않냐고 물었다. 냉이인지 풀인지 구분이 어렵다고 했더니 호미 들고 따라 오란다. 멀리 가지 않고 집 근처만 잘 둘러보아도 먹을 만큼 캘 수 있다고 하셨다. 자고로 냉이된장국을 먹어야 봄이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호미 하나 달랑 들고 따라나선 참이었다. 그런데 냉이꽃이란다. 냉이꽃을 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냉이가 꽃을 피운다는 생각을 아예 못하고 살았다. 꽃이 피면 세서 맛이 없으니 꽃을 피우기 전에  캐어 눈에 띄지 않았으리라. 게다가 피어 있어도 모르고 지나쳤을 만큼 작다.  조그맣고 하얗고  앙증맞다.


향도 잘 모르겠다. 흙냄새만 나는 것 같다. 예전에 친구가 텃밭에 부추꽃이 예뻐 꽃병에 꽂아 방에 두었더니 식구들이 김치냄새가 난다며 한바탕 웃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때도 나는 그랬다. 부추에 꽃이 핀다고? 냉이꽃을 보고 호들갑을 떠는 내 모습은 내 생각에도 웃기는데 이웃사촌의 눈에는 오죽하랴. 지천에 널린 냉이를 두고도 캐지 않는 이유를 이제야 파악한 표정이다. 호미를 직접 들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풀들 사이에서 냉이를 척척 골라 시범을 보여주셨다. 이 풀은 뭐고 이렇게 생긴 것은 뭐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는데 들을 때는 다 알 것 같았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시력도 좋지 않고 눈썰미도 없는 나는 한 번 배워서 될 것 같지 않다.


아무튼 나물 캐려면 산으로 들로 가야 되는 줄 알았는데 집 근처에도 제법 많았다. 모르면 풀이고 알아보면  나물이 되는 마법의 순간이었다. 이웃 덕분에 한가득 캐어 와서 냉이된장국을 끓였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을 한 숟가락 가득 떠 맛을 보니 내가 알던 냉이 특유의 향과 맛이 느껴진다. 땅에 딱 붙어 봄인사를 건네는 냉이는 못 알아보겠던데, 된장국의 냉이는 금세 알겠다. 지금껏 된장과 함께 있는 냉이만 봐서 그런가. 냉이가 채소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다는 것과 단백질 외에도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에 찰떡처럼 어울리는 나물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냉이를 봄이 건네는 인사라고 하나보다.


“오~ 오늘 뽑아 온 냉이로 끓인 국이야? 맛있겠다. ”

“냉이가 풀이야? 뽑게? 캔다고 해야지.”

“아, 그런가? 하하하”

“어이구. 크크크크”


뿌리째 캤으니 뽑았다고 해도 되는 건가. 풀인지 냉이인지 구분을 제대로 못하는 나와 냉이를  캐는지 뽑는지 모르는 남편이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다. 우리말이야. 시골에서 잘 살 수 있겠지?


냉이꽃을 자세히 본 것은 처음이다

#브라보문경라이프 열한 번째 #문경일기 #20230304

매거진의 이전글 봄은 아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