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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Mar 06. 2023

풀인가? 나물인가? 모르겠다


“냉이꽃이 피었네. 꽃이 피면 맛이 없는데…”

“예? 냉이에 꽃이 핀다고요?”

“…”


마당에서 만난 이웃사촌이 냉이를 왜 캐지 않느냐고 물었다. 냉이인지 풀인지 구분을 못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더니 호미 들고 따라오라고 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집 근처만 잘 둘러보면 먹을 만큼 캘 수 있다고 하셨다. 자고로 냉이된장국을 먹어야 봄이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호미 하나 달랑 들고 따라나선 참이었다. 그런데 냉이꽃이 피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냉이꽃이라고? 냉이꽃을 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시장에서 파는 냉이를 사 먹을 줄만 알았지 꽃을 피우는지 꽃이 핀 다음에 캐는 건지 꽃이 피기 전에 캐는 건지 관심이 없었다. 알아도 신경 쓰지 않으면 무심히 지나쳤을 만큼 키도 작고 꽃은 더 자그맣고 하얗다. 


향도 잘 모르겠다. 냉이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더니 흙냄새만 난다. 예전에 친구가  부추꽃을 꽂은 꽃병을 방에 두었더니 식구들이 김치냄새가 난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때도 나는 그랬다. 부추에 꽃이 핀다고? 냉이꽃을 보고 호들갑을 떠는 내 모습은 내 생각에도 웃기는데 이웃사촌의 눈에는 오죽하랴. 지천에 널린 냉이를 두고도 캐지 않는 이유를 이제야 파악한 표정이다. 호미를 직접 들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풀들 사이에서 냉이를 척척 골라 시범을 보여주셨다. 이 풀은 뭐고 이렇게 생긴 것은 뭐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는데, 들을 때는 다 알 것 같았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눈도 나쁘고 눈썰미도 없는 나는 한 번 배워서 될 것 같지 않다.


아무튼 나물 캐려면 산으로 들로 가야 되는 줄 알았는데 집 근처에도 제법 많았다. 모르면 풀이고 알아보면 나물이 되는 마법의 순간이었다. 이웃 덕분에 한가득 캐어 와서 냉이된장국을 끓였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을 한 숟가락 가득 떠 맛을 보니 내가 알던 냉이 특유의 향과 맛이 느껴진다. 땅에 딱 붙어 봄 인사를 건네는 냉이는 못 알아보겠던데, 된장국의 냉이는 금세 알겠다. 지금껏 된장과 함께 있는 냉이만 봐서 그런가 보다. 냉이꽃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다 냉이가 채소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다는 것과 단백질 외에도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에 찰떡처럼 어울리는 나물이라는 것도 알았다. 아하~ 그래서 냉이를 봄이 건네는 인사라고 하는구나.


“오~ 오늘 뽑아 온 냉이로 끓인 국이야? 맛있겠다.”

“냉이가 풀이야? 뽑게? 캔다고 해야지.”

“아, 그런가? 하하하”

“어이구. 우리 웃긴다. 그지?”


뿌리째 캤으니 뽑았다고 해도 되는 건가. 풀인지 냉이인지 구분을 제대로 못하는 나와 냉이를 캐는지 뽑는지 모르는 남편이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다. 


냉이뿐이 아니다. 고사리가 지천이라고 뜯어먹으라는 말을 듣고 집 근처 산자락에 갔다. 고사리의 색깔이 영 낯설다. 내가 아는 고사리는 말린 갈색 나물이다. 정녕 이렇게 음표처럼 구부러진 녹색 식물이 고사리란 말인가? 뜯어서 데쳐도 여전히 싱그러운 녹색이다. 색은 어색한데 맛은 익숙하다. 


봄나물이 지천이다. 사람들이 이런 걸 다 뜯어먹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많다. 나는 여전히 나물인지 풀인지 채소인지 잡초인지 구분을 제대로 못한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나물을 뜯고 캐어 맛있는 봄을 즐길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기껏 자연 가까이 와서는 자연이 주는 선물을 거부하는 느낌이다. 아깝고 억울한 느낌과 더불어 시골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든다. 괜히 주눅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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