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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Oct 11. 2024

BMW는 좋아!! 운전은 싫다


운전하기 싫다. 나는 BMW가 좋다. Bus(버스), Metro(지하철), Walk(도보)만 있으면 가지 못할 곳이 없었다.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갔고 지하철을 타고 극장에 갔고 걸어서 시장을 갔다. 자동차에 비해 가성비가 높고 주차 걱정 안 해도 되고 도로 사정에 영향을 덜 받고 앉을자리라도 생기면 쉬거나 졸아도 되고 책을 읽을 수도 있으니 매우 편리하다. 나 같은 전업주부는 출퇴근 시간의 만원 버스나 혼잡한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이동수단이 있으랴.


나는 어릴 때부터 BMW를 애용했었고 결혼 후에도 내 소유의 자동차가 없어 자연스럽게  BMW를 주로 이용하였다. 우리 집은 한 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고 주로 남편이 이용한다. 게다가 오랫동안 살았던 과천의 아파트는 주차가 너무 어려웠다. 지은 지 40년 넘은 아파트에는 지하주차장이 없었다. 부동산 사이트에 소개에 의하면 세대 당 0.2대만 주차가능하다고 되어 있을 정도로 주차장이 열악했다. 차를 운전하고 나갔다 돌아오면 주차 자리를 찾아 주차장을 몇 바퀴 돌아야 했고 자리를 찾아도 차 여러 대를 밀어야만 겨우 주차가 가능했다. 나는 어쩌다 가끔 했던 운전을 점점 안 하게 되었다.


살아보니 BMW로 충분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대중교통은 외국인들도 찬사를 보낼 정도로 편리하고 안전하다. 나이 더 들면 걸어서 병원도 가고 은행도 가고 동네책방도 가고 도서관도 가고 카페도 갈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슴속에 품었었다. 


이럴 수가. 나의 BMW를 잃었다. 시골은 BMW가 불가능하다. 우리 동네는 시내버스가 하루에 5번 들어온다. 두 번 버스를 타고 볼일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볼일은 30분 만에 끝났는데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2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볼일을 여러 개 묶어 한 번 나간 김에 다 해결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매 번 그럴 수는 없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산, 들, 논. 밭뿐이다. 우리 마을은 초등학교 아이들도 걸어서 등교하지 않고 스쿨버스를 탄다. 심지어 시골길은 골목길, 논두렁 길, 밭두렁 길을 제외하면 사람이 아니라 차 우선이다. 걷기에 안전하지 않다. 지하철은 당연히 없다. 


그래서인가 시골은 집집마다 차가 많다. 운전만 할 수 있으면 자동차이든 트럭이든 탈 것을 소유하고 있는 것 같다. 1인 1대인가? 나도 자동차를 장만하고 운전을 해야 하나? 볼일이 있을 때마다 남편에게 부탁해야 하는 것이 점점 미안하다. 미안하다 못해 귀찮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지도 않는다. 동네책방 ‘책숲’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데 아직도 가보지 못했다. 남편에게 부탁해 한 번 갔었지만 하필 그때 책방 문이 닫혀있었다. 자유를 위해 운전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남편이 많이 아팠다. 내가 운전을 해서 아픈 남편을 태우고 병원에 가야 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몇 년 전 우리 집 자동차를 세단에서 차체가 큰 SUV(스포츠형 다목적 자동차)로 바꾸고는 덩치에 압도되어 한 번도 핸들을 잡아본 적이 없다. 결국 아픈 남편이 운전을 해서 응급실로 갔다. 웃기고 슬프다. 만약의 사태를 위해 나도 운전을 하기는 해야 한다. 


소득이 줄어들어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있는 판에 자동차를 하나 더 소유한다는 사실도 마뜩잖다. 자동차는 유지비가 많이 든다. 움직일 때마다 자가용 대신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돈이 덜 든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유지비는 물론이고 지구와 환경을 위해서라도 나까지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나는 운전이 싫다. 하지만 운전을 하지 않으면 집에서 꼼짝도 못 한다. 자전거를 탈까? 도서관까지 왕복 20km이다. 내가 책 한 권 빌리겠다고 그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을까? 아니면 택시를 타면 될까? 택시비가 책값보다 비쌀 것 같다. 아. 싫다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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