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텅이 뭐야? 텅텅 비었다고 할 때 그 텅?”
배달앱 화면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화면에 커다란 글자 ‘텅’이 있다. ‘텅’이라는 검은 글자가 화면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근처에 주문할 수 있는 가게가 없어요.’라는 설명이 아래쪽에 있다. 이게 뭐지? 우리 집까지 배달해 주는 음식점이 하나도 없단다. 치킨도, 떡볶이, 짜장면도, 낙지볶음도 피자도 배달 주문할 수 없다. 치킨은 물론이고 분식, 중식. 한식, 양식 아무것도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없다.
설 명절 준비로 아침부터 바쁜 날이었다. 손님들이 사용할 이불을 빨고 차례 상을 차리기 위해 하나로 마트와 홈플러스를 오가며 장을 보았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아이를 마중하러 버스터미널도 다녀왔다. 대청소도 하고 음식 조리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에 지쳤다. 오늘 같은 날은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고 배가 부르면 좋으련만 배꼽시계는 늘 정확하다. 이놈의 시계는 고장도 안 난다. 아차차 고장 나면 아프다는 말이니까 고장 나면 안 되는구나. 저녁밥을 먹어야 했다. 밥을 먹으려면 밥을 해야 하고 밥이 넘어가려면 반찬이 있어야 한다. 반찬을 해야 하는데 무얼 해 먹어야 할지 모르겠고 기운이 없었다. 사 먹기로 했다. 대구뽈찜을 포장해 와서 밥을 먹는 중에 배달 얘기가 나왔다.
“우리 집까지 배달은 해주겠지? 대신 배달료가 비싸지 않을까?”
“5천 원? 아니, 만원은 할 것 같아. ”
“배달료가 만원이면 배달시키기 어려울 것 같아.”
“배달료보다 기름 값이 덜 들겠다.”
“맞아. 그래서 지금껏 우리는 직접 가서 가져왔잖아.”
“실제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데, 굉장히 멀어 보이기는 해.”
“배달료가 얼마인지나 찾아볼까?”
배달앱을 켜고 배달주문이 되는지, 배달이 가능하다면 배달료는 얼마인지 찾아보았다.
“텅… 근처에 주문할 수 있는 가게가 없어요. ”
“뭐야? 우리가 그 정도로 오지에 사는 건가?”
“푸하하하하”
음식 종류를 한식에서 중식, 분식, 양식, 치킨 등으로 바꿔도 계속 ‘텅’이다. 텅. 텅. 텅.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배달의 민족에 우리 가족을 끼어주지 않는다. 시골에 산다고 이래도 되는 건가. 너무하다.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텅’ 얘기를 했더니 ‘배달 외 민족’이라며 웃는다. 슬프면서도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