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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pr 30. 2023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 찾아 삼만리

스물다섯 번째 문경일기

험난했다. 음식물 쓰레기용 종량제 봉투를 겨우겨우 구입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 판매처를 찾기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힘들었다고 하면 믿으려나.  


이사 후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했더니 쓰레기봉투를 선물로 주었다. 동사무소가 주는 이사 선물도 처음이지만 쓰레기봉투를 받을 줄이야. 무려 40장이나 받았다. 참으로 센스 있는 지자체이다. 일반 쓰레기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섞어주는 센스까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일반 쓰레기봉투만 받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앞으로 쓰레기봉투는 어디에서 구입하면 되나요?”

“시중 마트나 편의점에서요.”


아파트는 쓰레기 버리는 일이 편리하다. 일반 쓰레기도 음식물 쓰레기도 분리 수거물도 뭐든지 규정에 맞춰 지정된 장소에 갖다 두기만 하면 된다. 집안에서 바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아파트도 있다. 시골은 쓰레기 버리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내심 걱정을 했다. 기우였다. 도시처럼 지정된 장소에 두면 된다. 비닐, 종이. 캔 등등 분리수거함도 설치되어 있다. 큰 길가에 있어 우리 집에서 100미터 정도 걸어야 하지만 말이다. 쓰레기봉투도 시중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사러 농협 하나로 마트로 갔다. 우리는 문경시 도심에 있는 하나로 마트를 주로 이용한다. 


“음식물 쓰레기봉투 가장 작은 사이즈로 1묶음 주세요.”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20리터뿐이에요.”

“예에? 다른 크기는 없어요?”

“네.”

“정말로요? 보통의 가정집에서 20리터를 사용한다고요? 어떻게 다 채워요?”

“저희는 20리터 봉투만 판매합니다.”


마트 직원은 아는 것이 없는지 별다른 설명도 없이 20리터뿐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쓰레기 처리 관련 내용을 꼼꼼히 읽었다. 문경시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문경 시내에 해당하는 점촌 1,2,3,5동은 납부 칩이 부착된 전용 용기를 사용하고 나머지 음면소재지에 해당하는 동네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한다. 우리 집은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야 한다. 시청은 3,5,10,20리터의 봉투가 있다고 공지하는데 시중 마트에서는 20리터만 판매를 한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서울에는 1리터짜리도 있는데 가장 작은 크기가 3리터라는 것도 납득이 쉽게 되지 않는데 아예 판매도 안 한다니 갈수록 태산이다. 시골은 음식물 쓰레기를 거름으로 많이 활용한다고 들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의 수요가 없어 마트에서 준비를 아예 하지 않는 건가? 그런 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며칠 전에 이사 왔습니다. 우리 동네는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버리면 되나요?”

시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무원들이 늘 그렇듯이 전화를 한 번 돌렸고 시중 마트나 편의점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서 사용하면 된다는 뻔한 대답을 들었다. 하나로 마트에서 있었던 상황을 얘기하고 지정된 판매처가 있는지, 있으면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지정 판매처는 없고, 하나로 마트의 상황은 모르겠다고 한다.


종량제 봉투가 없으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수 없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찌개나 국은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실천을 못하며 살았는데 이번 참에 제대로 해봐? 사과는 껍질은 물론이고 씨도 먹어야겠다. 과일 껍질은 그럭저럭 먹는다고 해도 생선머리, 비곗덩어리는 도저히 못 먹을 것 같다. 어떡하나. 시청 홈페이지를 다시 뒤져 음식물쓰레기 처리 업체 전화번호를 찾았다. 자신들은 수거만 하는 업체라면서 종량제 봉투의 제작이나 판매와 관련 없고 판매처는 모른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20리터짜리 봉투를 써야만 하나. 이렇게 큰 봉투를 꽉 채우지는 않는다 해도 적당히 채우려면 얼마나 걸릴까. 봉투 안에서 거름 되는 것 아냐? 그냥 집 근처 밭에 던져 버릴까? 땅을 파서 묻을까? 심란했다.


“잘은 모르지만 코사마트는 웬만하면 다 파는 것 같아요. 한 번 가보세요.”

전화를 끊기 직전 수거업체 직원이 코사마트에 가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코앞에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마트이니까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을까? 제발 이번에는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코사마트로 갔다. 

“아저씨, 3리터짜리 음식물 쓰레기봉투 살 수 있어요?”

“우리 가게는 20리터짜리만 있어요.”

“에고, 도대체 어디로 가면 3리터짜리를 살 수 있을까요?”

“점촌 시내의 일반 가정집은 납부 칩이 부착된 전용용기를 사용해요. 그래서 점촌 시내에서는 작은 봉투는 못 팔게 되어 있어요. 작은 크기는 읍, 면소재지에 가면 팔아요.”


코사마트 주인아저씨의 설명을 듣고서야 제대로 이해했다. 문경시의 행정구역은 9개의 읍면과 점촌 도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집은 도심에 있지 않다. 우리 동네에는 편의점도 없고 마트도 없고 암튼 지간 가게가 없다. 우리 가족은 장보기를 포함하여 쇼핑은 무조건 문경 도심 점촌에서 한다. 집 근처 면소재지에 가는 것이나 도심으로 가는 것이나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것은 매일반이니 이왕이면 가게가 많은 도심으로 간다. 그래서 생긴 해프닝이다. 집 근처 면소재지로 가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봉투 3리터짜리 1묶음을 샀다. 드디어 샀다.

 

그런데 말이다. 코사마트 주인은 알고 있는 내용을 시청 직원은 왜 몰라? 전화 통화할 때 내가 사는 동네를 정확하게 밝혔는데 말이다. 특히 문경시처럼 쓰레기 처리 방법이 이원화되어 있으면 담당자는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타 지역에서 이사 온 사람들에게 상세하게 안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심에 살지 않으면서 도심으로 물건 사러 가는 내가 별스러웠나. 음식물 쓰레기용 종량제 봉투 찾아 삼만 리쯤 돌아다닌 것 같다. 힘들게 구한 것이니 아껴 쓰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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