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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Jul 30. 2023

콘센트에서 벌레가 나온다

콘센트 안전 커버 50개 구입


시골은 벌레가 많다. 여름이 특히 더 심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문을 열고 마당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는데 모기 서너 마리가  주위를 얼쩡거린다. 밤새 집 밖을 떠돌다 만난 인간이 반가워서 그런가. 팔을 휘저어 쫓아보지만 소용없다. 대문을 열 때도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다. 벌레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암튼 벌레가 많다.


며칠 전 큰 시누이 집 콘센트에서 돼지벌레가 나왔다. 크기가  1cm도 안 되는 작은 벌레이다. 어느 날 조그만 벌레가 자꾸만 보여 콘센트 앞을 청테이프로 막았는데 며칠 지나고 테이프에 벌레가 붙어 있더란다. 이야기를 같이 듣고 있던 작은 시누이가 말을 보탰다. 집에서 지네가 보여 콘센트를 막았더니 그 후로 보이지 않더란다.


“벌레가 콘센트로 나온다고요? 정말로요?”


오 마이 갓. 콘센트에서 벌레가 나온다고요? 믿을 수 없지만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니 콘센트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글이 제법 있다. 시골에서만 발생하는 일은 아니라고 하니 조금 안심이 되면서도 걱정이다. 시누이집의  벌레는 애초에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집 안에서 알을 까고 나왔나? 아니면 집 밖에서 틈을 찾아 들어온 걸까? 두 가지 경우 모두 섬뜩하다. 밖에서 들어왔겠지?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드나들 때 일행인양 슬쩍 들어왔거나, 창문틈새로 몰래 들어왔거나,  벽에 있는 미세한 틈새로 들어왔거나. 외벽에 있는 콘센트를 통해서 들어왔나? 집 안팎을 연결하는 배관의 끝이니 충분히 가능하다. 시누이 두 분도 평소 안 보이던 벌레가 집에 나타나면 이유를 모르니 일단 콘센트부터 막는다고 한다.


마당에서, 텃밭에서, 산책길에서 부딪치는 벌레들은 그러려니 한다. 지구는 인간들만의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집 안에서까지 벌레들과 함께 지내고 싶지 않다. 건강에도 좋지 않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라도 막아야겠다. 서둘러 콘센트 안전 커버를 주문했다. 예전에 살던 집은 콘센트가 적어 멀티탭과 익스텐션을 많이 사용해서 집안 구석구석에 전깃줄이 늘어진 모양이 보기 싫었다. 건축 설계 때 콘센트를 여유 있게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항상 꽂혀있는 것을 제외하고 안전 커버를 설치했는데 50개가 동이 났다. 시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넉넉하게 산다고 했는데 우리가 다 사용했다.


콘센트에 꽂힌 안전 커버를 보니 안심이다. 벌레에게 철벽을 친 것 같아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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