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알송알 Oct 11. 2024

처음에는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경찰관 2명이 우리 집에 왔다. 이사하고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경찰관이 우리 집에는 왜 오는 거지? 완공검사도 받지 않은 집에서 오폐수를 마구마구 내보낸다고 혼내러 왔나? 새로 구입한 가전제품과 가구를 싣고 온 트럭들이 동네 길을 막고 있어 교통정리 하러 왔나? 오 마이 갓. 순찰 중인 경찰들이었다. 집 앞에서 눈이 마주쳐 인사를 했더니 공사하는 동안 내내 어떤 집이 지어지는지 궁금했다고 말을 걸어왔다. 상상한 적도 없고 계획에도 없던 하우스투어 가이드를 했다. 투어를 마치고 티타임도 가졌다. 


우리 집이 지어지는 동안 마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한다. 색다른 모습의 집을 지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몇 달 살아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내가 요즘 그렇다. 낯선 사람이 지나가면 궁금하다. 커다란 트럭이 보이면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싶다. 단조롭고 별일 없는 일상에서 누군가의 집이 지어지는 것은 어쩌면 커다란 이벤트였을 것 같다. 변화가 거의 없는 동네에 집을 짓고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를 왔으니 오죽 궁금했으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사람들이 찾아왔다. 집이 궁금해서 구경 오신 마을 어르신들, 부녀회 가입 권유하러 온 부녀회장님과 회원들, 나름 젊은이가 이사 왔다고 반가워 달려오신 마을발전협의회 회장님 그리고 이장님. 그뿐인가. 우리 집을 설계하고 건축한 건축사도 가끔 손님을 데리고 와 집 구경을 시켰다. 하기는 우리도 그 건축사를 따라 생면부지 남의 집을 모델하우스 방문하듯이 구경한 적이 있다. 이웃사촌으로 옆집에 사는 시누이집의 손님들은 무조건 우리 집에 들렀다. 빨리 마을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시매부와 시누이의 마음을 이해한다.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마음은 불편했다.


이 집에 살면 계속 이래야 하나. 도시를 떠나 조용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었는데 이를 어쩌나. 시골사람들의 정과 오지랖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좋고 싫음을 똑 부러지게 표현하리라 마음먹었건만, 약속도 언질도 없이 방문한 사람을 집에 들이고 싶지 않으면 단호하게 거절해야지 다짐했건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사람들과 왁자지껄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한 사람인데 어떡하지.


기우였다. 겨울 지나고 봄이 되자 방문객이 뚝 끊겼다. 나의 추측이지만 농사일로 바빠지면서 그런 것 같다. 새로운 이웃에 대한 호기심도 줄었으리라. 1년 동안 지켜보니 농사는 기계가 다 짓는다. 시골공동체의 결속력이 말로 듣던 것과 달리 느슨해 보인다. 품앗이를 통해 협력해야 농사를 짓고 어울려 살 수 있었던 때와 다르다. 그래서인지 마을 사람의 텃세와 오지랖은 크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는 농사를 짓지 않으니 교류할 거리가 더 없다.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길에서 마주치면 무조건 인사를 한다. 이게 전부다. 처음처럼   불쑥 찾아오는 사람이 여전히 있지만 초기에 비하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참 다행이다.

이전 12화 콘센트에서 벌레가 나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