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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pr 26. 2023

삼동초가 유채꽃으로 피어난다고?

스물세 번째 문경일기



얼마 전부터 동네 텃밭 곳곳에서 노란 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두 송이가 아니라 무리 지어 밭고랑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키도 작지 않은 것이 60~70cm 정도는 되어 보인다. 꽃밭이 아닌 텃밭에 예쁘게 핀 꽃들이 낯설었다. 무슨 꽃인고? 어디에 쓰이는 꽃인고? 한 줌도 안 되는 땅에도 먹을거리를 키우는 어르신들이 그냥 꽃을 가꿀리는 만무하다. 텃밭에 있으니 먹는 거겠지 했다.


“예에? 유채꽃이라고요?”

유채꽃하면 제주도인데, 문경에 어쩐 일로 유채꽃이 피어있단 말인가.  유채꽃밭에서는 까르르 거리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도대체 왜 여기에 피어있는 건가?  다음 이야기는 더 놀랍다. 겨울 지나자마자 이른 봄부터 겉절이로 무쳐 먹거나 데쳐 먹거나 전으로 부처 먹던 삼동초가 유채란다. 우리들의 먹을거리가 되지 못한 삼동초가 꽃을 피우면 유채꽃이란다. 사람들이 먹지 않아 꽃이 되었다니 기분이 묘하다. 맛있게 먹을 것인가? 예쁜 꽃을 즐 길 것인가?  


여전히 믿기지 않아 네이버 초록창에 물어보았다. 우리 동네에서는 ‘삼동추’라고 부르는 삼동초는 겨울 석 달을 지내고 나온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열매에서 기름이 많이 나와 유채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꽃이 피기 전 어린잎을 주로 먹는다. 싱싱한 채소가 귀한 시기에 먹을 수 있어 반갑고 감사한 먹을거리이다. 몇 년 전에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상주시에서 낙동강변에 삼동초를 재배하여 시민들이 마음껏 솎아가도록 하는 나눔 행사를 했다고 한다. 그 후 개화기에 유채꽃 단지를 조성하여 낙동강과 어울리는 볼거리가 되었다는 기사를 보니 내가 아는 유채꽃과 똑같은 것이 맞는구나 싶다. 제주도의 넓디넓은 유채꽃밭은 관광객을 위해 관상용으로 만든 것이겠다. 그래도 나중에 기름으로 짰겠지? 아니면 많이 아까울 것 같다.


삼동초가 유채꽃으로 피어났다.

유채야. 몰라봐서 미안했다.


#브라보문경라이프??  스물세 번째 #문경일기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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