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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Apr 28. 2023

신문구독을 해지했다

스물네 번째 문경일기


우리 집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다.  우편물 분실을 막기 위해 마련했지만 우편물은 잘  오지 않는다. 우리 집 우체통은  편지대신 신문을 받는다. 신문배달원이 아니라 우체부 아저씨가 신문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부우우웅’ 바이크 소리와 함께 신문이 온다.


이사를 하고 신문 배달지 변경 신청을 할 때였다. 우리 집 주소를 듣더니 배달가능한 지역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사를 하면서 신문을 그만 볼까 고민을 잠시 했었지만 배달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시골에 살면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배달 외 민족’이 된다더니 이런 거구나 싶었다. 다행히 배달은 되는데 우편배송을 해야 해서 조간을 석간처럼 받아야 했다.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렇잖아도 종이 신문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던 참이었다. 이 참에 신문 구독을 그만둘까?


우편요금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신문을 계속 보기로 했다. 매일 오후 우체통을 열어 띠지로 묶여있는 신문을 꺼낸다. 띠지에 반듯하게 묶인 신문을 보니 대학 때 친구들과 주고받던 학보 생각이 났다. 그때 우리는 띠지 뒷면에 편지를 쓰곤 했다. 일반 우편 요금보다 학보 보낼 때 필요한 요금이 조금 저렴했다. 서로의 학교 소식도 전하고 안부도 묻고 겸사겸사 이용했다.


우편 요금이 저렴하다 하더라도 우리 집에 이렇게 배달하고 나면 신문사에게 남는 게 있을까. 어렵게 받은 신문을 제대로 읽지 않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아침 일과를 마치고 커피 한 잔과 신문을 훑어보곤 했는데 오후의 신문은 탁자에 던져두고 하던 일을 계속하게 된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해 이미 읽은 기사가 많다. 며칠 동안 펼치지도 않고 탁자 위에 놓아두었던 신문을 2~3일 후에 분리수거함으로 옮긴다. 읽지도 않은 신문이 쌓여간다. 쓰레기만 만드는 것 같다. 쓰레기를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정성, 에너지를 쓰는 기분이다. 우체부 아저씨의 바이크 소리에  마음이 부대낀다.


결국 신문 구독을 중지했다.

일간지를 주간지로 바꾸었으니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만 온다.

신문이 오지 않으면 우리 집 빨간 우체통은 참 심심하겠다.


#브라보문경라이프. 스물네 번째 #문경일기.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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