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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알송알 May 23. 2023

그렇게는 개를 키우고 싶지 않아요


시골은 집집마다 개 한 마리는 무조건 있는 것 같다. 동네 산책 중에 네 마리를 키우는 집도 보았다. 대개는 마당에 묶여 있고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집도 가끔 있는데 그런 집은 울타리가 높다. 목줄이 풀린 개에게 노인이 물려 크게 다친 후로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돌아다니지 않도록 동네 사람들 모두 조심한다고 한다.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들도 종종 보인다.


이사 오고 처음으로 산책을 나간 날, 출발하자마자 혼비백산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을 때마다 개들이 한 마리 두 마리씩 짖기 시작하더니 온 동네 개들이 합창을 했다. 무섭기도 하고 내 산책이 동네방네 방송되는 것 같아 민망하기도 했다. 시골까지 와서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해야 하나 싶어 속상했다. 나보다 먼저 시골생활을 시작한  친구가 시간이 지나면 개들이 알아보고 덜 짖게 되니 걱정마라고 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 그렇다. 요즘 산책을 해도 개들이 많이 짖지 않는다. 두세 번 멍멍거리고는 끝이다. 개들이 사는 집을 방문한 적도 없고 동네길을 걸어 산책을 했을 뿐인데 내 발자국 소리를 기억하는 건지, 나를 알아보는 건지 아무튼 개들이 신기하고 기특하다.


그래도 여전히  마당에서 목줄도 없이 자유롭게 놀고 있는 개들을 지나갈 때면 울타리를 넘어와 나에게 달려들까 몸이 움찔움찔한다.  반면에 마당에 묶여 있는 개들을 보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보다 목줄이 많이 길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마음껏 뛸 수도 없고 심심하고 외로워 보인다. 마당개들도 안타깝지만 농막옆 우리에 갇혀있는 개들은 더 하다. 주인은 매일매일 오는 건가. 우리 안에 있는 개들이 농산물 도둑을 막을 수 있나? 산짐승을 쫓을 수 있나? 개보다 CCTV가 낫지 않나.


시골살이에 개 한 마리는 키워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집을 지키고 낯선 사람이 오면 짖고 산짐승을 쫓기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누구네 집 개가 마당에 출몰한 뱀을 7마리나 잡았다고 하는데 가능한 일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허풍이지만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뱀이 저렇게 많이 나오는 마당을 손보는 일이 개를 키우는 것보다 우선이지 싶다. 시골은 해지면 칠흑처럼 어둡다. 밤에 개가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할 것이라고 한다. 내 마음 편하자고 어둠 속에 개를 홀로 두는 건 내키지 않는다.


마당도 대문도 없는 우리 집에서 개를 키우려면 묶어 놓아야 할 텐데 하루종일 묶여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싫다. 자주 들여다보고 하루에 한두 번 함께 산책하는 것으로 해결될까. 묶어놓지 않으려면 강아지가 맘껏 뛰놀 수 있는 넓은 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공간이 우리 집에는 없다. 그렇다고 집안에서 키울 수도 없다. 시골에서 개를 키우는 애초의 취지에 맞지도 않고 나는 그만큼 부지런하지 않다.  암만 생각해도 우리 집은 개를 키우지 않는 것이 맞다. 시골집이라고 무조건 개를 키울 필요도 없지 않은가.


#브라보문경라이프 #문경일기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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