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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Dec 23. 2022

나는 책처럼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다시 쓰는 프롤로그

  2020년 5월 3일 소설을 쓰겠다고 소설가 최명희 선생님의 대하소설 『혼불』 10권과 국어사전과 옥편을 트렁크에 싣고 진도에 갔습니다. 《문학춘추》에 수필로 등단한 이듬해 평론으로 등단한 이후 최명희 선생님의 소설 『혼불』에 대한 평론글을 쓰면서 소설 속에 나오는 백단이 가족들의 삶을 고증해보고 싶었습니다. 백단이 푸네기들의 삶을 고증하는 과정에 들어가면 평순네나 옹구네, 춘복이 같은 인물들, 부서방과 같은 인물들의 삶이 그대로 들려 나오리라 생각했습니다. 고구마나 감자 줄기를 뽑아 올리면 주르르 달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감자들처럼 한 데 엉겨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찾아내 고증해보고 싶었습니다. 소설 한 장 한 장 필사를 하지 않으면 책장을 넘겨주지 않는 소설가의 고집에 이끌려 서너 번씩 원고지에 필사를 하고 책장 자간 행간 사이에 필사를 했던 시간들에 이끌려 진도에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진도 씻김 전수조교이신 김오연 선생님을 만났고, 이후 저는 진도의 민속에 흠뻑 젖어들고 말았습니다. 소포걸군농악의 전라남도 문화 예술인이신 김내식 선생님의 자택에 머물면서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진들을 보았고, 그 사진들에서 잊혀진 옛이야기들을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진도 문화원 박주언 원장님의 깊은 관심과 배려로 진도의 민속 문화 정신문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들숨날숨 몰아쉬면서 꿈틀거리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문화들, 발굴되어지고 복원되어지고 공연이 되면서도 어쩐지 멀게만 느껴지던 문화들을 낱낱이 꺼내어 보면서 소설 『씻김』을 완성해 갔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진도 씻김굿 전승 교육사가 되신 장필식 선생님과 강신무 박영자 선생님의 굿을 보고, 전라남도 고흥 혼맞이굿 제58호이신 씻김 지무 박선애 선생님과 심재문 선생님, 그 가족들의 ‘씻김’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여러 차례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촬영한 것들을 토대로 소설을 써 왔습니다. 

  그리고도 학술적으로 미흡한 것들은 문화원에 소장된 서적들과 논물들을 보고, 신안 비금도에 계시는 유점자 선생님의 일대기를 그린 저술들을 보면서 찾아가 만나 뵙고 들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소설을 써 왔습니다.

  누구도 이 소설이 완성되리라 짐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숱하게 많은 시간들 순천에서 진도까지 순천에서 신안 비금도까지 순천에서 임실 필봉마을까지 순천에서 광양버꾸놀이 전수관까지 달려갔고, 순천에서 당진캠퍼스 세한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시는 이동주 소고 명인을 찾아가고, 서울에 있는 백경우 선생님의 춤 연구소까지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저의 고향 정읍시 태인면 소재지 일대의 곳곳이 소설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소설을 쓰는 동안 사람들의 숨소리는 멀리서 들려왔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나신 지 오래된 분들의 삶의 족적들이 판소리 소리꾼의 소리처럼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왔습니다. 그분들의 울림을 메아리처럼 듣고, 때때로 꿈속에서 한 장의 사진처럼 만나고,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영화의 한 컷처럼 만나면서 그것들이 나중에는 소설로 녹아드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화정 장인우의 소설 『씻김』이 『해원』으로 발표된 것은 상생으로 무게 중심을 바꾸어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모습에서는 낯설고 터부시 되는 경향이 있는 것들이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였고, 엄마 아빠의 것들이었고, 우리들의 유전자에 낱낱이 기록된 우리들 모두의 것들이었습니다.

  과거형으로 쓰여지는 우리 한민족의 문화, 삶의 족적, 우리는 가슴 뛰는 단어 ‘한류’에 열광하면서도 진정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외면하는 모순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지난 21일 자로 제1부 '열여덟, 가을날의 상심'은 끝났습니다. 이제 다음 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제2부 '떠나가는 배, 꿈꾸는 다락' 6장이 연재됩니다. 

  제2부에서는 전남 광양 장도 박물관에서 이어지고 있는 장인정신에 빛나는 은장도와 경북 성주의 두리실 마을 장인의 명주베짜기와 바디장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정읍네 소희의 씻김 전 과정과 명주베짜기의 전 과정이 펼쳐질 예정이고, 전남의 옥주골 보배섬 진도의 닻배놀이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고(故) 박병천 선생의 진도 문화 알리기의 업적 중 하나인 닻배놀이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 이매방류의 한량춤이 백경우 선생님의 춤으로 소설 속에 녹아들어 펼쳐질 것입니다. 혼인을 보름 앞두고 세상을 등진 이명헌의 아들 도영의 혼령이 열여덟에 청상이 된 장익태의 딸 소희를 찾아와 펼치는 아름다운 춤사위가 '사랑과 위무'라는 주제로 펼쳐질 것입니다. 전라북도 정읍시 태인면에 소재한 피향정과 그 앞에 피어나는 연꽃의 향기를 두고 펼쳐질 예정입니다. 

  삶과 죽음이 영원한 이별이 아닌 기억에서 기억으로 이어지고 영원할 수 있는 것임을 소설 속에서 추체험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사실 지난 목요일에 올렸어야 할 글임에도 이제야 올리는 저의 게으름을 사과드립니다. 

  지난 화요일 12월 20일에 저의 첫 번째 평론집 『실존 속에 피어난 휴머니즘』이 출간되었습니다. ‘4人 4色 호남 대표작가 작품론’을 부제로 하여, 호남을 대표하는 4명의 작가의 작품을 평한 평론집이 오랜 진통 끝에 발간되었습니다. 〈순천시 순천문화재단〉이 후원하고 〈도서출판 한림〉이 함께 한 저의 평론집은 서울 교보문고에서 판매될 예정입니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 읽는 책이 될 수 있다면 더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소설 『해원』이 상을 받았습니다. '2022 진도문화원의 날'이었던 22일 목요일에 진도 문화원에서 진도의회의장님으로부터 공로패와 부상을 받았습니다. 진도민속문화를 소재로 진도문화 홍보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여 주신 상이었습니다. 다음 브런치 관계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덜 성숙된 저의 '단편소설 톺아보기'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저의 소설을  연재할 수 있는 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글을 올릴 수 있는 장이 있어서 얻은 보람이었고 기쁨이었기에 다음 브런치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저의 소설 『해원』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질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한류문화 콘텐츠로 세상에 알려질 수 있도록 많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12월 23일 화정 장인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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