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요한 이유
어릴 때 그런 경험 있으셨나요? 친구나 부모님과 대화하다가,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하고 뒤늦게 떠오른 말들. 특히 억울한 상황인데도 아무 말 못 하고 그냥 듣기만 했던 기억들 말이죠. 우물우물 말을 머금었던 날들…
저 역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도 그런 순간이 많았습니다. 제 의견을 내지 못해 답답했던 시간들 말이에요. 신입 시절 시안을 컨펌받으러 가면 늘 이런 질문을 들었어요.
“이건 왜 이렇게 디자인했어요?”“이 크기로 한 이유가 있나요?” 그럴 때마다 제 머릿속은 하얘졌고, 결국 우물쭈물하다가 “레퍼런스를 보고 따라 했어요” 혹은 “그냥 괜찮아 보여서요”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죠. 이어서 “이 부분은 이렇게 수정해 주세요”라는 지시가 나오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네” 하고 돌아와 수정을 했습니다. 어느새 저는 YES 맨이 되어 있었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묻지 못한 채 문제를 반복하곤 했어요.
홈페이지 디자인을 진행할 때도 비슷했어요. 개발자 분이 퍼블리싱 과정에서 제 의견을 물어보셨는데, 또다시 우물쭈물하다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죠. 그 결과 디자인이 잘못 반영되기도 했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에 맞지 않거나 성과가 좋지 않은 시안을 만들기도 했어요.
사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갖기 전, 포트폴리오를 만들던 시절까지만 해도 소통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혼자 작업할 땐 결과물만 잘 만들면 충분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클라이언트, 선임,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와 협업하다 보니 결국 디자인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완성하는 일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소통 능력’의 가치를 알게 되었죠.
그래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디자이너에게 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고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저의 경험을 곁들여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서문에서 말했듯, 신입 시절 시안을 컨펌받으러 가면 꼭 듣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건 왜 이렇게 디자인했어요?” 그럴 때마다 제 머릿속은 하얘졌고, 결국 “그냥 괜찮아 보여서요”라는 대답을 내놓곤 했어요. 당시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말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디자인에서 ‘그냥’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거든요. 물론 디자인이 예술과 가까운 영역이긴 하지만, 단순히 감각이나 취향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에요. 색상을 정할 때도 브랜드의 톤 앤 매너, 색채 대비, 심리적 효과를 고려해야 하고, 글자 크기 하나를 정할 때도 가독성, 정보의 위계, 사용자의 시선 흐름까지 신경 써야 하죠.
결국 모든 결과물은 어떤 기준과 의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걸 설명할 수 있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그냥요”라고 답하거나 아무 말도 못 하는 순간, 상대는 이렇게 생각하기 쉬워요. “이 디자이너는 의도 없이 작업하네 잘 모르나?” “그냥 감으로 한 건가?”
그렇게 되면 피드백은 늘 반복되고, 수정은 끝없이 이어지며, 동료와 클라이언트의 신뢰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요. 결국 프로젝트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반대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 레이아웃은 사용자가 정보를 더 빠르게 찾도록 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이동시키는 구조예요.” 이 한마디만으로도 내 디자인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논리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즉, 디자인에서 중요한 건 결과물 자체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왜’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그리고 이 능력이야말로 디자이너가 협업 속에서 인정받고, 설득력을 얻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핵심 역량이 돼요.
디자인한다고 혼자 몰두하는 순간도 분명 있지만, 중요한 건 결코 혼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 동료 디자이너, 그리고 클라이언트까지. 다양한 포지션의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만들어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볼까요?
개발자는 “이 기능, 실제로 구현할 수 있나요?”라고 묻고
마케터는 “이 배너는 클릭을 유도할 수 있을까요?”라고 고민하며
기획자는 “서비스 흐름상 이 UI가 적절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동료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무드와 어울리나요?”라는 의견을 던져요.
마지막으로 클라이언트는 공간이 부족해 보이는 곳에서 “글자를 더 크게 해 주세요” “내용을 더 넣어주세요”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 순간,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업을 말로 풀어내지 못하면 시안의 제작 방향이 금세 꼬일 수 있어요. “이 디자이너는 내 의견을 이해하지 못하나?”라는 불신이 생기고, 각자 다른 생각을 안고 움직이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디자인적인 설득력이에요.
내가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를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협업이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피드백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단순히 ‘틀렸다’라는 말로 끝내는 게 아니라, 왜 틀렸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대화로 풀어낼 수 있어야 디자인 시안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죠.
디자인을 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게 시각적인 결과물보다 사람과의 소통일 때가 많습니다. 의견을 강하게 주장한다고 다 통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의 말을 그대로 따르기만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도 않죠. 결국 프로젝트의 성패는 서로의 생각을 얼마나 잘 이해시키고, 또 잘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이니 밀어붙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회의에 들어갔다가 되려 팀 분위기만 어색하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는 척하다가 틀리면 욕먹겠지”라는 생각에 입을 닫고 있었더니, 나중에 중요한 맥락을 놓쳐서 더 큰 수정이 생기기도 했죠. 결국 깨달은 건, 의견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이었어요.
디자이너에게는 당연한 용어도, 다른 직군에게는 낯설기 마련입니다. 디자이너끼리는 “그리드가 맞지 않네요”라고 말하면 돼요. 하지만 개발자에게는 그 말보다 ““화면 크기마다 버튼이 정렬이 삐뚤게 보여요.””라는 표현이 훨씬 이해하기 쉬워. 마케터에게도 “시각적 위계가 어쩌고”보다는 “클릭 버튼이 위쪽에 있어서 전환율을 높일 수 있어요”라고 설명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상대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 이것이 소통의 기본이죠.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레퍼런스가 빠를 때 있어요. 색을 조금 더 차분하게 바꿔주세요.” 말로만 이렇게 설명하면 상대마다 다르게 해석하기 쉽습니다. 누군가는 ‘회색’, 누군가는 ‘파스텔톤’을 떠올리죠. 하지만 참고 이미지를 한 장 보여주면 오해가 줄어듭니다.
해당 색감을 가진 예시 이미지를 곁들이면 상대가 바로 이해할 수 있고, 불필요한 오해도 줄어들 거예요.
긴 대화 속에서 여러 의견이 오가다 보면 중요한 포인트가 중간에 묻히거나 잊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핵심을 앞에서 먼저 말하거나, 대화의 끝에 다시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이 방식은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상대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죠.
대화를 하다 보면 과정 설명에만 몰두해서, 정작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십 줄의 설명보다 마지막 한 문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죠.
예를 들어, 버튼 위치에 대한 피드백을 줄 때도 이렇게 달라집니다.
- 잘못된 예시 : 사용자가 스크롤할 때 이 버튼이 잘 안 보이고, 다른 정보에 묻히기도 하고… 그래서 클릭률이 떨어질 수 있고…
- 잘된 예시 : 이 버튼은 위치 때문에 클릭률이 떨어집니다. 상단으로 올리면 성과가 개선될 거예요.
짧게 말해도 상대는 핵심을 이해하고, 그 뒤에 이유와 보충 설명을 들을 준비가 됩니다.
아는 만큼 말할 수 있다
포스터나 현수막 같은 작업은 디자이너 개인이 혼자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 규모가 커질수록 다양한 포지션의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영역의 지식까지 어느 정도는 알아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어요. 물론 시간이 지나며 경험이 쌓이면 조금씩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았어요. 저 역시 초반에는 개발자와의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많답니다.
그때 제가 찾은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각 분야의 기초 지식과 용어 정도를 꾸준히 공부하며 프로젝트에 임하는 것이었죠. 특히 UX/UI 분야는 개발자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보니, 개발의 기본 개념과 프로세스, 코딩의 원리를 조금이라도 익히고 나니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버튼 하나만 바꿔도 왜 적용이 안 되는지, 또 디자인적으로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결국 중요한 건, 잘 이해하는 만큼, 잘 이해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죠. “디자인 공부만으로도 벅찬데 다른 분야까지 알아야 하나?”
하지만 디자인의 본질은 결국 설계입니다. 해당 분야를 깊이 이해할수록 우리는 더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
디자인이 눈으로 보이는 결과라면, 말은 그 결과를 이해시키는 힘이에요.
내 작업을 잘 설명하는 능력은 곧 내 디자인을 지켜주는 방패이자, 새로운 기회를 여는 무기예요. 신입 시절에는 흔히 ‘내 디자인 실력’만 고민하기 쉽지만, 사실 커리어를 길게 끌어가는 힘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나옵니다. 말도 결국 디자인의 일부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전문가라면 자신이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 어떤 의도로 작업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안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협업 속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죠. 그렇다고 고집만 부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합리적인 지점을 함께 찾아가는 태도 또한 중요합니다.
결국 디자인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협업으로 완성되는 일이니까요.
처음 이 글을 읽고 “나도 해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바로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물론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수월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뭐든지 그렇듯, 잘해지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앞서 말했듯,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디자인을 진행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의도를 기획과 연결해 말로 풀어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게 필요합니다. 디자인은 결과물만 던져놓는 일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 어떤 생각과 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니까요.
그러니 겁내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의 작업물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서툴 수 있지만, 한 문장씩, 한 번의 대화씩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점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