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농사
주말에 절에 다녀온 친구가
삼천배를 하고는
오금이 저려 절뚝절뚝 걷는데
시골 부모님 댁에 가서
마늘 심기를 도와주고 온 친구는
오금이 저리다 못해
아예 드러누웠다.
어릴 쩍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힘들다는
마늘 농사를 지었다.
가을과 겨울 사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늘을 심고
토닥토닥 흙을 덮고
긴 겨울을 건너면
연둣빛 순이 솟아오른다
계절이 바뀌고
어느새 우북하게 엉킨 잡초를
허리 굽혀 쉼 없이 매어 주면
꽃대 사이로
자라나는 마늘쫑
알이 튼실해지도록
하나하나 뽑아낸 마늘쫑은
단으로 묶어 시장에 팔기도 하고
멸치랑 볶아 상에 올리기도 하고
새콤달콤 장아찌로 만들면
오래 두고 먹는 밑반찬이 된다.
6월! 쨍쨍한 여름 초입이나 중순이 되면
마늘을 캔다.
수확한 마늘을
마당 가득 펼쳐 말리고
크기를 고르며
오십 개씩 동그랗게 묶고
두 묶음을 합쳐 묶으면
마늘 한 접이 된다.
정성스레 묶은 한 접 한 접이
헛간 서까래에 매달린다.
장마가 끝이 나면
비를 피해
헛간 천장에 달려 있던
마늘 접들이
기다리던 중개 상인에게 넘어간다.
그 돈으로 대학 등록금도 보태고
자취방 월세도 내었다.
“씨름하는 장정도
마늘농사는 못 짓지.
이골이 나야 하는 거여.”
너털웃음 지으시며 뱉으신 아버지 말씀,
그 말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한 알 한 알 마늘심기에
오금이 저리시고
일일이 한대 한대 뽑아야 했던 마늘쫑,
수확하고 말리며
펴지 못한 허리를,
헛간 서까래에
100알씩 묶인 마늘 접을
걸 때 서야 '어이구야' 하고 져치시며
드러눕고 싶었던 고단함을
털어 내셨을 아부지 엄마
자식건사에
마늘 꽃대보다 먼저 피어나
바빴을 부모님의 마음이
저만치 가을을 재촉하듯
빠른 계절 속으로 성큼 다가선다
점심이나 새참 심부름이 고작이었던 나!
오금 대신, 저린 가슴에 부는 바람이
오래도록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