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빠지는 하굣길
학교 마치고
한복 입고 집으로 간다
등교할 때 입었던
하얀 칼라 상의에
단정한 바지,
가슴엔 반짝이는 이름표
단추엔 ‘中’ 자 하나, 번듯이 박혀 있는
교복은 어디 가고,
오늘은 수업 마치고 예절교육 있는 날
예절실에 친구 여섯이 모여
따스한 다관,
작고 아담한 다기들,
하얀 접시에 담긴 과일과 쿠키를 노려보며
교복 위에 한복을 덧입고
한 발은 꿇고,
세운 다른 발 무릎 위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사뭇 조신하게 선생님을 기다렸다
기다림은 길었고
우리는 좀이 쑤셨다
헝글레비 같은 친구 하나
찻숟가락 들고 노래를 부르니
때때 같은 친구들
개다리 춤을 춘다
코미디언이 꿈이었던 내가 질쏘냐
땅딸이 이기동, 남철 남성남,
배삼용, 구봉서까지
그 시절 최고 코미디언들에 빙의되어
종합선물세트로
혼신의 발광을 했다
“부우우욱—”
한복 속 교복 바지의 솔기가
현란한 춤사위를
감당 못 하고
터져버렸다
우리는 그 자리에
우르르 주저앉아
배꼽 쥐고 웃었다
선생님이 오시고
차를 따르고
차를 마시고
과일을 깎고
조용히 앉아 다도를 익혔다
한복 속에 찢어진 교복을 감추고
양가집 아씨처럼
진지한 척, 우와하고 얌전하게,
죽을힘을 다해 웃음을 참는
우리를 대신해
찢어졌던 솔기가
꺄르르륵— 부 욱 북—
계속해서 터지고 있었다.
예절 수업이 끝나고
한복을 잘 개어
캐비닛에 넣으라 하시고
선생님은 먼저 퇴근을 하셨다
친구들은 교복 입고
나는 한복 입고
어깨동무 우리도 퇴근을 한다
까르르까르르
배꼽 잡으며
건들건들 하굣길이 왁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