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풍경 8

고사리 따러 가는 길

by 도린

Sea to Sky Highway — 바다에서 하늘까지


바다에서 하늘까지 닿는 하이웨이를 달린다.

밴쿠버에서 위슬러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바다 사이 섬들이,

섬들 사이 옥빛 잔물결이 평화롭게 일렁이고

첩첩이 겹쳐진 아득한 바다 너머,

멀고 가까운 산봉우리에는

만년설이 경이롭게 내려앉아 있다.


이토록 멋진 풍경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내 주무시는 엄마.

막내딸 보러 한국에서 노구를 이끌고 오셨으니,

얼마나 피곤하셨을까.

시차의 고단함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딱 한 번만, 고사리 따러 가자고 조르셔서

마음을 내어 함께 나선 길이다.


이왕이면 멋진 풍광도 선물하고 싶어

피겨 여왕 김연아가 금메달을 딴,

2010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도시

위슬러로 향하고 있었다.


"엄마, 이제 다 왔어요."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고사리를 보시곤

반가움에 눈을 번쩍 뜨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에 잘 띄는

빨간색 파카를 입혀 드리고

“절대 멀리 가지 마세요!”

몇 번이고 당부한 뒤

고사리를 따기 시작했다.


1~2분 간격으로 "엄마!"하고 부르며

위치를 확인하고 안전을 살핀다.


하아~ ‘청룡비호’가 따로 없지 않은가!

신이 나서 똑똑 고사리를 꺾으시며

숲 속을 누비시는 날쌘돌이 울 엄마!


두 자루를 가득 따고

엘리스 레이크에서 먹은 도시락은

어찌나 꿀맛이던지,

디저트로 달달한 믹스커피까지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 끝까지 닿았던 하이웨이를 따라

천천히 바다로 내려간다.


"엄마, 가는 길 정말 예뻐요.

이번엔 주무시지 말고 멋진 풍경 같이 봐요!"

다짐을 받았건만

이번에도 엄마는 입을 헤벌쭉 벌리시고

코까지 고신다.


차창에 기대 잠든 엄마의 얼굴 너머로

그윽해진 물빛이 석양에 부서지고

바다 위를 유영하던 섬들은

조용히 잠들 채비를 한다.


엄마와 함께여서

행복하고, 또 행복했던 하루가


Sea to Sky ----

하늘에서 바다로

가만히 내려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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