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에게

by 도린

오랜만에 함께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시며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는데

둘째가 말했다


“엄마,

남자친구가 어릴 적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부모님이 찍어줬대.

아장아장 걷는 모습, 웃는 모습,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동생을 밀치는 모습

어릴 쩍 모습이 담긴걸 보니

너무 신기하고 귀엽더라

근데 나는 어릴 적 사진도 별로 없고,

동영상은 더 없잖아.

좀 아쉬워.

그래서 나는, 나중에 아기 낳으면

꼭 많이 찍어주려고 해.”


나는 웃었지만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그래,

그땐 엄마가 정신이 없었단다

아픈 언니 돌보느라

이 병원 저 병원 안 다닌 데가 없었고

일도 쉬지 못했으니까

늘 쫓기듯 바쁘고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고

카메라를 꺼낼 틈도

찍은 걸 챙길 마음의 공간도 없었어.


그래서

너의 첫걸음, 첫 웃음,

작은 손으로 나의 볼을 만지던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화면으로 많이 남기지 못했어


미안해, 둘째야


하지만

엄마는 기억해

너의 처음 걸음마도,

‘엄마’를 처음 불렀을 때의 목소리도


네 볼에 맺혔던 귀여운 장난기,

작고 오동통한 손가락도 발가락도

웃을 때마다 접히던 눈꼬리까지


엄마의 마음에 찍혀있는

수많은 너의 모습

사진은 없지만,

추억은 남아 있고

기록은 없지만,

기억은 선명해.


이제부터 써줄게

너의 어릴 적 모습을,


한 줄 한 줄,

너의 어린 날들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어

엄마의 말로

엄마의 기억으로 써 내려가는

너만의 사진첩을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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