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공연을 다녀와서

조용필 콘서트

by 도린

나는 빠순이는 아니었다.

덕후 기질이 있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 이민살이를 해보니, 마음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게 있었다.

한국 혹은 유명한 외국 가수의 콘서트가 열린다 하면, 또 한인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연주회가 있다 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향하곤 한다.


문화생활에 나보다 훨씬 열정적인 베프의 영향도 있다.

어제도 그 친구와 이른 저녁을 먹고, 밴쿠버 합창단의 정기 공연을 다녀왔다.


올해는 한국전쟁 75주년.

기념 무대로 이탈리아와 튀르키예에서 온 합창단이 초청되어 특별 공연을 선사했다.

노래 실력보다는 그 나라 특유의 악기와 리듬, 이국적인 감성이 담긴 퍼포먼스가 사랑스러웠다.


드디어 본 무대.

밴쿠버 한인 합창단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조용필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무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용필의 명곡 중 귀에 익은 노래들만 쏙쏙 골라 웅장한 합창으로, 때론 캐주얼한 중창으로 이어졌다.


나도 그 속에서 함께 감상하고, 감동하고, 뜨겁게 박수를 보냈다.

이민생활 속에서 얼마나 큰 활력소가 되었을지,

얼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연습했을지

그 마음이 전해져 더 뭉클했다.


사실 나도 대학 시절엔 합창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그 인연으로 남편도 만났고, 결혼까지 골인했다.

그땐 늘 무대 위에 있었는데…

이렇게 관객으로 앉아 있으니, 괜히 마음 한편이 울컥했다.


자유 스테이지에서 제일 작은 체구의 아주머니 단원이

범상치 않은 춤사위로 무대를 휘어잡을 때,

무엇이든 나서기 좋아했던 내 대학 시절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나, 너무 오버하고 있는 건가? ㅋㅋ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용필 오빠의 노래가 귓가를 맴돌고,

노을 진 하늘 아래 질주하고픈 본능에

부르르 마음이 흔들렸다.


그 길 위에, 옛 생각 한 자락이

살포시 달려 있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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