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에 대한 단상

음식값은 떼먹어도 팁은 줘야지

by 도린

‘음식값은 떼먹어도 팁은 줘야지.’

이민 25년 차, 외국에 살면서 몸에 밴 개똥철학쯤 되는 나의 생각이다.


일식당에서 잠시 웨이트리스를 해봤고, 카페에서 알바를 하는 딸아이, 자기 아니면 한인사회 요식업계가 안 돌아간다는 뻑이 가는 자부심을 시전하며한식당에서 9년째 베테랑 써버로 일하는 베프를 두고 보니, 나는 팁에 좀 후한 편이 되었다.


물건을 살 때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지를 따지던 이민 초기 땐, 식당에서 식사 후 지불해야 하는 '팁'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선 음식값에 5% 세금이 부과되고, 그 금액에 대략 15~20% 정도의 팁을 더 준다.


만 원짜리 짜장면을 한국에서 먹으면 만원만 내면 땡이지만, 여기선 만이천 원에서 만이천오백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4인 가족이 외식을 한다면 음식값에 8천 원~1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써버들은 대부분 시간당 받는 미니멈 웨이지(최저임금) 보다 작게 받는 대신 팁이 주수입의 절반을 혹은 그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기에 캐나다나 미국 같은 북미에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절한 서비스의 대가로 적절한 팁을 주는 것은 일반적이고 당연한 일이고 이곳에선 관습 혹은 음식문화의 일부분이 되었다.


팁에 대한 나의 사족을 좀 더 덧붙이자면 그것은 단지 ‘관습’이나 ‘문화’ 일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고와 감정노동이 스며든 작은 헌신이기에 직원의 서비스에 만족스러웠는지에 따라 팁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고 감사한 마음의 표현이다.


물론, 언제나 만족스럽고 감동적인 서비스만 있는 건 아니다.

아주 가끔은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주문이 늦고, 음식 설명이 부족하고, 표정마저 불친절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진상손님도 있을 것이다.

뜨거운 국물요리, 돌솥밥이 서빙되는 식당에 아기들을 데리고 와서는 하이체어에 앉힌 채 시리얼이나 과자 같은 걸 주고는 전혀 아이를 케어하지 않는 개념 없는 맘충 같은 엄마들이 있는가 하면

총 식사금액 49불에 50불짜리 지폐를 내고는 “잔돈은 됐어요.”라고 선심 쓰듯 말하며, 팁은 단 1센트도 두고 가지 않는 얌체 같은 손님들,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에게 심지어 하대를 하는 손님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진상들이다.


팁은 ‘주는 쪽’의 품격만큼이나, ‘받는 쪽’의 태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써버에게는 예의와 정성, 섬세한 관찰이 필요하고, 손님에게는 감사와 인정, 존중의 마음이 필요하다. 팁은 돈으로 주고받지만, 결국엔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반영하는 태도다.


최근에는 식당과 카페 같은 곳 말고도 팁을 그야말로 강요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고물가 시대, 자고 나면 훌쩍 올라 있는 물가를 따라잡기에 허덕이는 소비자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도 외식하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인플레이션에 팁-플레이션 까지 겹치니 그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래도 생일, 결혼기념일, 마더스데이(어머니 날), 파더스데이(아버지 날) 같은 특별한 날은 거의 외식을 하게 된다. 특별한 날, 온 가족이 함께 맛있는 식사를 나누고 밝은 미소로 정성을 담은 서비스를 받고 난 뒤 기꺼운 마음으로 지불하게 되는 팁은 당연하다.


내일 하루만 일하면 모레는 데이오프(쉬는 날)다.

오랜만에 친구랑 브런치라도 해야겠다.

팁은 물론, 넉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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