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필요한 건 다 있었던 평화상회 지나면
오일장이 서던 거리.
서리태, 수수 쌓아둔 싸전,
동네 소식통 새마을 미장원
굴다리 건너 옹기점,
맞은편엔 짜장 짬뽕 맛있던 만봉식당.
내복 팔던 기목이네 옷가게,
망치랑 못을 팔던 동양 철물점,
호미, 낫, 곡괭이 줄지어 선 창신농기구,
고등어, 갈치, 울할매 좋아하시던 돔베기, 생선비린내 따라가다 보면
수건 둘러쓴 아줌마들이
목욕탕 의자에 앉아 마늘을 다듬고,
연탄불에 닭발 구워 팔던 할매 닭발집,
한우 맛집 남선옥.
산나물 한 뭉텅이씩
소일 삼아 팔던 할매들이
긴 줄로 늘어선 골목길,
골목길 따라가면 내가 다녔던 의성제일교회,
신작로 건너
라디오 테레비 고쳐주던 신광소리사.
건너편엔 애신서점과 길다방,
그 사이 조그만 골목
그 골목 세 번째 집이 우리 집이다.
도리깨질로 콩을 털던 앞마당
사슴을 키우던 뒷마당이 있고
아랫채 웃채 방이 다섯 칸
우물도 있고 수도도 있고
연탄도 떼고 군불도 지폈던 부엌도 있었다.
내 유년의 전부였고
나의 우주였던 우리 집.
경상북도 의성군 의성읍 190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