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아침 일찍 눈이 떠져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 하나를 읽었다.
《욕의 인문학》
감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언어인 '욕'에 대해
이런 주제를 이렇게 엮어가는구나 하며 읽다가
문득 오래전 이민 초기에 있었던
남편과 나의 웃픈 한 장면이 떠올랐다.
주제는, 바로 '육두문자'였다.
사람 사는 세상이면 어디든
유별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교회는—말해 뭐 해.
복잡한 인간 군상들로
우린 스트레스를 만땅으로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 재우고,
혼자 남은 거실에서 답답한 마음에
책상에 앉아 일기장을 펼쳤다.
그러다 문득,
툭 튀어나온 욕 하나.
한 번도 입에 담아본 적 없는
그 말이 나를 놀라게 했다.
일기장에다
그냥 ‘cbcb’라고 써보았다.
이상하게도
스멀스멀 묘한 카타르시스가 올라왔다.
그래서 또 썼다.
그리고 또.
그렇게 욕 아닌 욕으로 노트를 채우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늦게 귀가한 남편이
나를 깨우며 말했다.
“무슨 욕을 그리 하시나, 싸모님께서?”
내가 써둔 ‘cbcb’ 노트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웃었다.
그날밤, 침대에 나란히 누운 우리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뒤척이다 뜬금없이 장난처럼 욕 배틀을 제안했다.
“여보, 우리 아무 욕이나 막 해볼까?”
"------"
“아이들 못 듣게 이불 뒤집어쓰고.”
처음엔 웃기만 하던 남편도
곧 의기투합해 대결에 합류하기로 했다.
불을 끄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내가 먼저
걸쭉한 욕 하나를 날렸다.
빵—
웃음이 터졌다. 나의 선빵에 이어
남편도 한 수 던졌다. 이렇게 시작된 치열한 박빙의 욕베틀이 우리를 서로 울고 웃게 했다.
이불속에서 우리는 티키타카 하며 희열의 극치를 달렸다.
그렇게 매일 밤
이불속 욕배틀은
2주 정도 이어졌다.
“여보, 해 아래 새것이 없나 봐.
욕도 2주 하니까 할 게 없네.”
“그러게.
십 원짜리 욕을
거의 한 달치 월급만큼 한 셈이니
이쯤이면 됐지 뭐.”
그때 그 이불속의 욕 한 사발.
그게 없었더라면 스트레스를 어떻게 날렸을까.
그 고비를 어떻게 넘겼을까.
오늘 아침, 문득 생각해 본다.
지금 내 상태는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라도 육두문자 한 번
쏟아내야 할 만큼의 급박함인가—
긴급 진단하며
커피 한 모금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욕도 문학작품에 인용되면 풍미가 되살아나고,
그럴싸한 양념처럼 맛을 내기도 하고 맛깔스러운 고명이 될 수 있겠다고'
스트레스 만땅인 분들 육두문자 한마디 날리시고 공짜커피 드시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