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지해 주는 작은 행복

by 에우름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말했던 ‘서랍 속에 돌돌 말아 놓은 남자 언더 팬츠’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그의 ‘소확행’이었다.

정갈하게 정리된 일상의 단면이 주는 소소한 기쁨.

그 소확행인 내게 스스로 찾아낸 안정이었다.


언제나 선두를 차지하는 나의 소확행 첫 번째는 서점 나들이다.

먼지가 살짝 섞인 종이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서가 사이를 거닌다.

들고 나오기 무겁지 않게 두세 권의 책을 고르고, 서점 안 카페에 앉아 그곳의 공기에 조금 더 머물러 본다.

캐나다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도 이런 서점이었다.

인디고(Indigo)에 가면 언어의 장벽 탓에 그 많은 책들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움이 넘칠 때면 미리 고를 책을 정해두고 가거나, 화보 코너 근처에 머무는 일이 많았다.

그 답답함 속에서도 책을 고르고 넘기며 깨어나는 감각만은 여전히 나를 즐겁게 했다.


두 번째 소확행은 머그잔이다.

그때의 시간과 계절에 어울리는 잔이 있다.

여름엔 시원한 연두 머그잔, 핼러윈엔 거미줄이 그려진 오렌지색 머그잔, 크리스마스엔 녹색 트리가 그려진 빨간 머그잔처럼, 그 순간 마음에 닿는 잔들이 있다.

머그잔을 고를 때는 손에 감기는 크기와 입술에 닿는 두께, 촉감이 나만의 기준에 닿아야 한다.

커피의 뜨거움도 적당히 따뜻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아무리 귀해도 내 손에 앵김이 없으면, 그 머그잔은 북마크가 잔뜩 꽂힌 채 책상 한쪽에 조용히 놓인다.


세 번째 소확행은 이제는 건강의 이유로 ‘소소하지 않은 행복’이 되어버린—

여전히 그리운, 발코니에서 풍경을 보며 와인 한 잔이다.

한때 『신의 물방울』전권을 읽고 와인에 빠졌지만 그 섬세한 세계를 따라가기에는 내 미각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맛보고 싶은 와인은 너무 비쌌다.

그래서 단순하게, 너무 달지 않고 적당히 비싼 화이트 와인으로도 충분했다.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 가을비가 내리는 촉촉한 저녁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하늘빛을 잔에 담듯 즐겼다.


내가 언제 확실히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아는 것은 살아가는 데 참 유효하다.

터덕거리는 일상 속에서도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이런 작은 행복이 많을수록 삶은 견딜만해진다.

소확행은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행복이다.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하는 행복이 아니기에,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 틈을 잘 메워주고 나를 지지해 준다.


때로는 나의 세 번째 소확행처럼 환경이 변하고 나이가 더해져 사라지거나 형태가 바뀔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작은 행복은 많이 챙길수록 좋다.

나이가 무거워진다고 멈출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나이에 어울리는 새로운 소확행을 찾아가는 일,

그것이 오늘의 하루를 새롭게 빛나게 해주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페이지 사이에 끼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