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고 존중하자

by 최고의 교사

배려하고 존중하자! 이 문장은 1차시의 수업을 종료하며 외치는 구호다. 나와 함께 수업하는 학생들은 3월부터 1년 동안 ‘배려하고 존중하자’ 구호를 외치며 수업을 마무리한다. 나 또한 아이들과 함께 외치며 수업을 종료한다.

구호 외치는 과정. 생각보다 재미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쑥스러워하고 낯설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어한다. 게다가 내가 이야기해주는 문장의 의미에 대해 듣고 나면 구호를 외칠 때의 눈빛이 더욱 빛난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배려하고 존중하자! 이 문장을 생각해 낸 건 첫 발령교인 은평구 소재의 OO고등학교에서였다. 그 때는 첫 발령교에서 만 3년을 채우고 4년 차가 시작되는 2018학년도였다. 그때 나에게 큰 내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첫 발령 이후 나는 OO고등학교에서 수업 및 담임역할을 하며 정확히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우나, 무언가 부족한 점과 아쉬운 점을 계속 느꼈다. 하지만 무엇이 나를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에 불투명한 안개가 가득 차 있고 그 속을 허우적거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교육 관련 책을 탐독해 나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수준을 더 높이다 보면 무언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민과 교육 전문 서적을 읽던 어느 날이었다. 지난 3년간의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학생들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사-학생 간의 위계를 설정하고 교사는 학생 위에 존재하고 학생은 교사 아래에 존재한다는 사고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이 기저에 있으니 당연히 행동뿐만 아니라 언어에서도 은연중에 아이들에게 드러났을 것이다.

교사로부터 존중받고 배려받지 못하는 학생의 반응은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결국, 나 또한 아이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아이들과 대립하는 담임 및 체육 교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반성 과정을 겪고 나서 2018학년도에는 변화하기로 정말 큰 마음을 먹었다. 그 첫 과정이 구호 외치기였다. 나에게 가장 부족한 배려와 존중을 키워드로 하여 구호를 만들었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매 시간 이 구호를 외침으로써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잊지 않으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습관이나 행동도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체득됐다.

교직 8년 차인 지금은 몸에 많이 체득되었다. 물론 가끔 나의 나쁜 인격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지만, 인지하고 최대한 억누르려고 한다. 혹시라도 아이들을 무시하는 언행이나 행동을 했을 때는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먼저 사과하며 다가간다. 그러면 아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으며 다가온다. 아이들은 배려하고 존중하며 스스로는 낮추는 겸손함을 배우게 된 것이다.

누군가 나를 보면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을 보고 교사로서의 권위가 없다. 혹은 낮아 보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게 맞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교사의 권위는 학생으로부터 출발한다. 교사는 학생이 있으므로 존재한다. 따라서, 학생으로부터 발생하는 교사의 권위가 진정한 교사의 권위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학생에게 먼저 사과하며 지나친 권위 의식을 버리고 스스로 낮추는 겸손함을 보일 때 아이들도 교사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따른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사의 권위가 진정한 교사의 권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교사의 권위를 얻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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