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현실이 되다.
이번 결심은 달랐다. 이번에 낙방하더라도 끝까지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나의 결정을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두 분께서도 잘 생각했다며 나의 생각을 격려해 주셨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 확보였다. 8월 말까지 대학원을 다녀며 행정조교로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행정조교의 업무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 직원보다 일이 적지만 잡일이 많아 업무 중에는 시간 확보가 어려웠다.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2013년 이후 실시되는 임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3급이 필요했다. 즉, 임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절차는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3급을 통과하는 일이었다.
절대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사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민했다. 결론은 학교에 매일 오전 8시까지 도착하여 1시간 동안 한국사 공부를 하고 9시에 출근하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어 피곤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되었다. 한 달 조금 넘게 시험 준비를 했고 첫 응시에 바로 합격(3급은 난이도가 많이 높지 않았다.)했다.
한국사 시험 합격 이후 8월 31일까지 학교에서 틈틈이 공부하고, 퇴근 후 밤 12시까지 공부와 운동을 하며 임용시험 준비를 했다. 9월 1일부터는 나의 모든 시간을 온전하게 시험 준비를 하는 데 사용했다. 여유 시간이 생겨 부모님과 대화를 나눌 때면 언제나 “2년 동안 손 놓고 있다가 다시 시작하는 시험인데, 그리고 공부하는 시간이 이렇게 부족한데 올해 안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며 지지해 주셨다. 나 역시 부족한 시간과 더불어 공부를 안 한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올해 합격은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도 난 체육교사가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준비해 나갔다.
2014년 12월 6일. 결전의 날이 찾아왔다. 3차였던 시험이 2차로 간소화되어 시험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1차 시험에 객관식이 사라지고 서, 논술형으로 바뀌었다. 2차 시험은 종전의 3차 시험과 같은 방식(실기, 면접, 수업실연)으로 진행됐다. 열악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부담감 없이 덤덤하게 시험을 치렀다. 합격에 대한 기대가 낮고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1차 시험이 끝나자 후련한 기분이 컸다.
1차 시험이 끝나고 2일 정도 쉰 후에 대학교로 찾아가 실기 스터디에 가입했다. 나의 모교는 1차 시험이 종료된 후에 선후배들이 학교에 모여 실기, 면접, 수업실연 스터디를 구성한다. 함께 실기 준비를 하고 전문 실기 강사를 학교에 초청해 육상, 체조, 수영과 같이 어려운 종목을 배우기도 한다. 1차 시험 끝나고 모두가 불안한 시기에 대학 선후배가 함께 모여 의지하고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 함께 준비한다는 사실은 정말 도움이 된다. 함께 준비하니 불안함도 덜하고 시간도 굉장히 빨리 지나갔다.
1차 시험 합격자 발표날인 2015년 1월 6일 10시. 나는 인터넷 합격자 발표 화면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우스 커서를 옮겨 클릭했다. 결과는 합격. 그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눈에서 눈물이 났다. 그동안의 경험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쳤기 때문이다.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까지고 감상에 젖어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실기시험일이 14일이었으니 8일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다치지 않고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14일. 실기 시험은 서울체고에서 실시됐다. 선정된 종목은 육상, 체조, 수영, 핸드볼, 축구(또는 무용)였다. 육상은 멀리뛰기를 시험 봤다. 체조는 다양한 종목을 결합한 연기였다. 앞·뒤 구르기, 다리 펴 앞구르기, 뒤굴러 물구나무서기, 옆돌기 2회 연속, 핸드스프링이었다. 수영은 크롤 및 평영 25m였다. 핸드볼은 패스와 왼쪽, 오른쪽 점프슛을 시험 봤다. 축구는 트래핑과 드리블, 슈팅을 시험 봤다.
20일. 수업실연 시험 날이었다. 장소는 서울 잠실고등학교. 수업 실연에 선정된 종목은 넷볼이라는 뉴스포츠 종목이었다. 전체 수업 차시 중 내가 하게 된 수업은 4차시였다. 나는 그 당시 넷볼이라는 종목을 모르고 있었다. 수업 지도안을 보니 농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지를 발휘해 면접관 앞에서 “전 시간에 선생님이 해준 설명 모두 기억하고 있죠?”라고 말하며 넷볼에 대한 설명을 재치 있게 넘어갔다. 그리고 나머지 수업실연은 농구 종목을 상상하며 설명했는데 나의 예상이 적중하여 수업실연 점수를 생각보다 잘 받았다.
21일. 면접시험도 잠실고등학교에서 봤다. 미리 제시된 4개의 질문을 면접장 들어가기 전에 받고 답할 내용을 생각한 후에 면접장에서는 면접자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15학년도 교원임용시험이라는 긴 여정이 1월 21일부로 마무리됐다. 정말 길게 느껴지던 1년이었다. 후련한 마음도 들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이제 나에게 남은 일은 2월 4일까지 마음 편하게 쉬며 기다리는 일뿐이다.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정말 천천히 지나갔다. 마음이 답답하여 부산 여행도 다녀왔다. 여행을 가 있는 동안에는 시험에 대한 생각을 잊을 수 있었지만 집에 돌아오는 순간 다시 불편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날인 2월 4일이 됐다. 나는 10시에 합격자 발표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마우스 커서를 이동하여 클릭했다. 결과는 합격. 1차 합격 발표 결과를 봤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는데, 이상하게 2차 때는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교사가 될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가족들에게 시험 결과를 알리고 합격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합격한 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시험이라는 과정이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격에 대한 생각이 정말 간절하고 합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던 시기에는 오히려 내 손으로부터 더 멀어졌던 합격이. 마음을 놓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좌절도 하고, 시험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오히려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고 나니 마음이 크게 성장했다. 과거에는 무언가 원하는 일이 있으면 빠르게 성취하려고 노력하며 실패했을 때는 큰 좌절감을 겪곤 했다. 빨리 성취하고 빠르게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속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방향성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나처럼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중에 직면하는 다양한 어려움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하고 싶다. 삶의 방향성을 믿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