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의 어머님께, 커피 만들어 줄게요 아빠
[ 첫째와의 기억 ]
우리 집 스피커에서 재생해 놓은 지오디의 '어머님께'라는 옛 노래가 온 집안에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그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던 우리 첫째. 우리 부부가 옛날에 즐겨 듣던 가요를 첫째 녀석이 집중해서 듣고 있으니 마음 한편에 포근한 느낌이 들며, '녀석~ 음악 좀 들을 줄 아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우리 첫째 녀석이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나는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지 궁금하여 아들 녀석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나는 크게 웃었다. 아들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발음도 생각보다 정확하고 음정도 정확하여 놀랍기도 하면서 신기했다. 무엇보다 우리 아들 녀석과 나의 추억의 한 부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 '이런 추억들이 쌓이고 쌓이면 먼 훗날 나의 아들 녀석과 이야기할 소재가 많아서 대화를 자주 하는 아빠와 아들이 되지 않을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 둘째와의 기억 ]
오후 16시 50분. 어린이집에서 둘째 녀석을 만났다. 보통 하원을 하면 집으로 돌아갈 때 둘째 녀석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며 걸어가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둘째 녀석이 갑자기 '빨간 공룡'에 꽂혀 빨간 공룡을 보고 싶다며 길에서 울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크고 서럽게. 나는 황당하기도 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에 하며 둘째 녀석의 감정에 공감해주었다. 둘째 녀석은 조금 울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와 이야기하며 달리기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부부는 저녁식사를 하고 식탁에 앉아서 드립 커피를 마시곤 한다. 커피를 수동 그라인더로 갈고 드립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보통 내 담당이라 그날도 커피를 그라인더에 넣어 핸드밀을 돌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둘째 녀석이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주 집중해서. 그리고는 나에게 "나도 얼른 커서 아빠에게 커피 만들어주고 싶다. 나도 커피 마시고 싶다~"라며 애교섞인 말투로 이야기했다. 둘째 녀석의 말과 말투에 나의 눈은 하트로 변해버렸다.
나는 정말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아주 조그맣고 귀여운 우리 둘째가 커서 나와 커피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는 장면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행복하고 설레는 상상이다.
시간이 빨리 흘러 아이들이 금세 크는 건 정말로 아쉽다. 지금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볼 수 없으니까. 이런 아이들과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남겨두기 위해 육아일기를 쓴다. 그래서 평소에는 시간이 빨리 가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할 때가 많지만, 오늘만큼은 시간이 빨리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미래의 둘째 녀석과 데이트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얼른 커라! 둘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