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4. 월요일. 육아일기.

공감 소녀, 수면 마취

by 최고의 교사

오늘은 아내와 내가 코로나 3차 백신을 맞은 날이다. 같은 병원에서 같은 시간에 백신을 맞았다. 큰 후유증 없이 지나가길 기대하며. 나는 다행히 아무런 문제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아내는 늦은 오후가 되자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에 열이 나고 온몸이 쑤시는 감기 몸살 증상이 보였다. 아내는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했다. 그 과정을 바로 옆에서 숨죽이고 보고 있는 봄봄이(둘째). 체온계 LCD 화면이 주황색 빛(우리 집 체온계는 체온에 따라 LCD창의 백라이트가 다르게 켜진다. 정상은 초록, 경계는 주황, 위험은 빨강)을 밝히자 봄봄이는 말했다.


"(아주 걱정스러운 듯이) 우리 엄마 어떡해…. 주황색이다…. 우리 엄마 큰 병원 가야겠다…."


우리 예쁜 봄봄이(둘째)는 타인의 아픔에 세심한 관심을 보이고 공감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타인의 아픔에 관심을 기울이는 멋진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알콩 달콩 시간을 보내는 모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도담이(첫째)가 아주 어렸을 적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다.


도담이가 3살 때 발생한 일이었다. 도담이는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빠는 습관이 있었다. 위생적으로 좋지 않고 앞니가 돌출될 수 있어서 습관을 고쳐보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한편으로는 '큰 문제가 없으니 천천히 습관을 고쳐주어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다.


실패와 안일함 생각이 반복되던 어느 날. 분명히 전날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엄지 손가락에 약 1cm 정도 되는 수포가 보였다. 수포의 색깔을 보니 단순한 물집이 아니라는 안 좋은 직감이 들었다. 우리는 곧바로 인근 정형외과로 향했다. 초조하게 진료를 기다렸고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에게 도담이의 손가락을 보여주자마자 그는 우리 부부를 혼냈다. 애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얼 했냐며…


우리는 정말 억울했다. 마치 아이를 방임한 부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해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의사가 우리 부부와 도담이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니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치료가 우선이니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의뢰서를 받아 대학 병원 응급실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수면마취를 하고 손가락에 생긴 고름을 제거하는 시술을 했다. 태어난 지 36개월도 안된 핏덩이가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수면마취를 경험한 것이다. 부모의 무지 때문에…


시술이 끝나고 엄마의 품에 안겨 축 늘어져 있는 도담이의 모습을 볼 때 느껴지는 슬픈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라고 하면 비유가 될까?


이날 이후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 우리 도담이가 아프지 않고 클 수 있도록 더욱더 세심하게 도담이를 살피는 아빠가 되겠다고. 단순히 외적인 관찰이 아닌 너의 마음속 아픔까지 찾아낼 수 있는 세심함을 갖춘 아빠가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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