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
나는 머리가 곱슬이다. 아주 심하다. 머리를 감은 뒤에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지 않으면 나의 머리카락들은 자신이 움직이고 싶은 방향(?)을 찾아서 아주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훌륭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내 머리카락을 거울로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평소처럼 거실에 있는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도담(첫째), 봄봄(둘째)이는 내가 등을 기대고 있는 소파에 앉아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 들어보니 두 녀석의 이야기 주제는 바로 나의 '곱.슬.머.리.'. 정말 기가 막힌다.
내 머리를 보고 두 녀석이 서로 속닥거린다. 등 뒤가 싸한 게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뜻이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했는지 이야기를 끝내고 두 녀석은 벌떡 일어나 작은 방으로 향했다. 화장대에 꽂혀 있는 머리 빗을 찾아서 하나씩 들고 온다. 각자 양손에 하나씩 빗을 들고 오는 모습은 마치 전장에 투입되는 장군의 모습이랄까?
두 녀석은 나를 지나쳐 내가 기다고 있는 소파에 다시 앉는다. 그러고 나서 나에게 말한다.
"아빠 머리는 너무 꼬불거리니가 우리가 빗어줄게."
"고… 고맙다. 내 머리 걱정해줘서."
도담이와 봄봄이는 내 뒤에 앉아 나의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이곳저곳을 빗어준다. 봄봄이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머리핀을 내 머리에 예쁘게(?) 꽂아준다.
지금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나는 곱슬머리인 나의 머리카락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싫어했던 신체의 일부분을 이야기하며 놀고 있는 두 아이가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지며 묘한 안정감이 들었다.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진심으로 예뻐 보인다. 가끔씩 예의 없는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아이니까 이해가 된다. 몰라서 그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옳은 행동에 대해 가르쳐준다.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전혀 몰라서,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도담이와 봄봄이와 소통하며 그들에게 다가가는 나의 모습이 낯설 때가 많다. 우리 아이들 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인성의 스펙트럼이 조금 더 넓어진 게 아닐까? 나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