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없는 너, 초코라면
도담이(첫째)는 아주 가끔씩 내면 속의 동굴로 숨는다. 도담이의 의견이 필요해 질문을 하거나 대화를 하고 싶어 말을 걸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이때 도담이의 표정은 입술에 힘을 꽉 주어 일자로 굳게 다물고 있으며 눈의 초점은 무언가를 응시하듯 허공을 향해 있다. 초보 아빠인 나는 도담이의 이런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오늘 아침에 도담이는 자신의 동굴 속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아침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도담이에게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물어봐도 대답이 없자, '아침을 먹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는데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15분간이나 침묵이 지속됐고 결국 아침식사를 하지 않은 채 유치원에 등원했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가는 도담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한 먹먹함이 느껴졌다.
아이가 침묵을 유지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도담이가 아침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보채지 않고 아이의 반응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걸까? 초보 아빠는 오늘도 답이 없는 육아에 대한 고민거리를 안고 하루를 시작했다.
도담, 봄봄(둘째)이가 유치원을 끝내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나는 지오디(god)의 노래를 거실에 재생시켜 놓았다. 한참을 듣던 도담이가 불쑥 나에게 말을 건다.
"아빠~ 나는 가수가 되고 싶어. 결혼해서 아기도 낳은 가수~"
"결혼을 꼭 하고 싶어?"
"응. 혼자 살기 귀찮아서. 일도 혼자 해야 하니까~"
"도담아. 결혼. 좋은 선택이야. 아빠는 너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어. 나중에 도담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결혼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보고 앞으로 살아가기에 좋은 선택을 내렸으면 좋겠다. 아빠는 언제나 너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어."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찜닭. 엄마가 도담, 봄봄이에게 찜닭을 만들어 준다고 하자 봄봄이가 말했다.
"엄마~ 나 맵게 해주지 마세요. (불려놓은 당면을 보며) 당면 맛있겠다~"
말을 끝내자마자 봄봄이는 힘껏 달려 자신의 전용 계단을 들어 엄마 옆에 내려놓는다. 계단을 올라가며 봄봄이는 말한다.
"나 엄마 요리하는 거 옆에서 봐야지~"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엄마표 찜닭을 먹는 두 아이의 집중력이 엄청나다. 한창 저녁 식사가 무르익었을 때 갑자기 봄봄이가 한마디 한다.
"(당면을 포크로 찍으며) 초코라면 맛있다!!!"
풉! 초코라면이라니… 정말 아이들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오늘도 봄봄이 덕분에 웃는다. 고맙다 봄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