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이 부린 허세,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이번 겨울방학 때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봄봄이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산책하고 있던 봄봄이(둘째)를 보고 멍멍 짖던 개가 갑자기 달려든 이후 봄봄이는 강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강아지가 봄봄이 주변을 서성이면, 봄봄이는 소리를 지르며 아빠나 엄마에게 달려와 얼굴을 파묻으며 끌어안는다.
오늘 오전에 아이들과 산책하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 도담(첫째), 봄봄이와 길을 걷고 있는데 우리 앞쪽에 반려견과 함께 걸어오고 있는 동네 주민을 만났다. 위기 감지! 나는 재빠르게 움직여서 봄봄이 옆을 막아서며 혹시 모를 강아지의 돌진(?)을 막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봄봄이에게 말했다.
"봄봄아~ 무서워하지 말고 아빠 옆으로 걸어가. 아빠가 강아지 못 오게 막아줄게~"
내 말에 귀를 기울이며 듣던 봄봄이. 눈에 힘을 주고 입을 앙 다물고 나를 바라보며 힘차게 말한다.
"아빠! 나 막아주지 마. 나 용감해. 나 5살이잖아!!"
"그렇구나~ 5살이구나 우리 봄봄이.(훗… 웃기는 5살이군)"
불안한 마음을 뒤로한 채 용감한(?) 5살 배기 딸아이의 의견을 들어주기로 했다. 다시 봄봄이와 나란히 걸었다. 강아지가 점점 다가온다. 봄봄이의 눈에 웃는 모습이 사라진다. 봄봄이는 조금씩 아빠에게 다가가며 아빠 손을 꽉 잡는다. 강아지와의 거리 10m, 8m, 6m… 봄봄이는 울면서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오늘 아침 봄봄이 허세의 결말을 볼 수 있었다. 그 결말은 울음.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귀여운 허세.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이다.
도담이는 아직 글씨를 제대로 읽지 못하지만 세이○(동화책을 읽어주는 전자기기)을 이용해 책 보기를 좋아한다. 최근 과학을 주제로 한 책에 흥미를 느끼며 읽고 싶다고, 책을 사달라는 말을 자주 꺼낸다. 책 맨 뒤에 소개되어 있는 과학 관련 책을 손으로 가리키며 나에게 말을 한다.
"아빠~ 나 이 책 보고 싶어요!"
한글을 읽지 못하는데 초등 수준의 난이도인 책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충분히 고민하고 나는 도담이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도담아~ 도담이가 아직 한글을 읽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려운 책을 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도담이가 한글을 읽을 수 있을 때 아빠가 선물해줄게. 어때?"
내 말이 끝나자마자 도담이는 나에게 한글 공부를 하고 싶다며 한글 공부 교재를 꺼내 달라고 한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교재를 가지고 와서 도담이와 곧바로 한글 공부를 했다. 도담이가 한글 공부를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도담이가 얼마나 과학 책이 보고 싶었으면 곧바로 한글 공부를 한다고 할까…"
아내와 상의 끝에 도담이에게 새로운 책을 선물해 주기로 했다. 우리는 기쁜 소식을 도담이에게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도담이의 표정이 매우 밝다. 눈과 입이 모두 초승달처럼 변하며 하늘로 뛰어올랐다. 기뻐하는 아들 녀석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나는 어렸을 때 책을 읽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독서의 소중함을 깨달아 읽기 시작했지만 가끔씩 "조금만 더 빨리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도담이에게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도담이 스스로 책의 소중함과 재미를 깨닫고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런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