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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Feb 21. 2023

2022. 3. 2. 수요일. 육아일기.

입학식, 입학식?!

  나와 아내는 부부 교사다. 우리에게는 입학식과 졸업식이 매년 치러야 하는 큰 행사다. 도담(첫째)이와 봄봄(둘째)가 아직 어릴 때는 괜찮지만 학교에 입학하면 내가 맡은 학생들의 입학식과 졸업식을 챙기다 내 자녀를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가 많을 것 같다. 오늘이 시작인가 보다. 매년 3월 2일은 모든 학교의 개학날이다. 나와 아내가 동시에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봄봄이의 유치원 입학식과 겹쳤다. 입학식이 오전 10시인데 우리 부부는 8시까지 학교로 출근해야 한다. 봄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결국 오전 10시에 해야 하는 봄봄이의 등원을 장인어른께 부탁드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부부가 세운 작전은 이랬다. 아내는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나보다 먼저 출근해야 한다. 아내가 출근하고 내가 아이들 등원 준비를 하는 동안 장인어른께서 우리 집으로 오시고 나는 출근을 하며 도담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킨다. 장인어른께서 우리 집에 남아 봄봄이를 돌봐주시다가 10시에 등원시키고 댁으로 돌아가신다. 여기서 문제가 또 발생한다. 봄봄이는 입학식만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내는 점심시간 및 수업이 없는 시간을 활용해 외출하여 집으로 돌아와 봄봄이를 돌본다. 아내는 오후에 해야 할 수업과 남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학교에 다시 가야 했다. 나는 오전 일과와 수업을 끝내고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조퇴하여 아내와 역할을 바꾼다. 이후 아내는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나는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집에서 돌본다.


  흡사 군사 작전과 같이 시간 단위로 세웠던 우리의 계획은 다행히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아내와 나는 ”이렇게 하면서까지 아이를 키워야 하는건가“라는 이야기를 하며 워킹대디 & 워킹맘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해 주었다.


  맞벌이 부부로 일하며 육아를 하다 보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칠 때가 많이 생긴다. 직장에서 힘든 일과가 끝난 후에 집에서 쉬는 시간 없이 또 다른 일과가 시작된다.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은 우리 아이들이 잠든 시간인 육퇴 이후에나 가능하다. 하루동안 내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1~2시간 정도라는 이야기가 된다. 일을 끝내고 집에서 쉴 수 없다는 압박감이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든다.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제도에 의해 정신적으로 지치는 점이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데 전념하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제도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나를 집어삼킨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육아를 하다 보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맞벌이 부부 둘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많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 내 삶을 후회하고 아이를 낳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이에 대한 대답은 'no!!!'다. 도담이와 봄봄이를 키우는 일이 정말로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나에게 보여주는 환한 미소를 보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 모든 피로가 가신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이 정말 좋다. 좋아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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