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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고의 교사 Mar 22. 2023

2022. 3. 20. 일요일. 육아일기.

김밥, 슬램덩크

  오늘 오전 우리의 일과는 휴식이다. 점심 때는 아이들과 함께 김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김밥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아내가 준비해 주고 나는 아이들이 김밥 만드는 과정을 도와주기로 했다. 도담(첫째)이와 봄봄(둘째)에게 오늘 점심때 김밥을 만들어 먹을 거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놓아서 두 녀석은 점심시간이 오기만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엄마가 재료를 준비하면서 생기는 맛있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 차자 아이들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맛있는 냄새를 맡고 나자 두 녀석의 배는 '꼬르륵' 소리를 내며 밥 달라고 아우성쳤다. 준비할 재료는 아직 많이 남았는데 엄마 옆을 서성이며 말한다.


  "언제 김밥 만들어요?"

  "우리 언제 김밥 먹어요?"


  안 그래도 바쁜 엄마는 두 녀석이 번갈아 가며 찾아와 옆에서 재촉하니 조급하게 김밥 재료를 준비한다. 아이들의 성화에 엄마는 불안해하면서도 두 남매의 기대 가득한 눈망울을 보고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화답한다.


  재료 준비 끝! 드디어 김밥 만들기 시작! 고사리 같은 손에 위생 장갑을 야무지게 착용하고 집중하는 표정을 짓는다. 마치 큰 수술에 들어가는 의사와 같은 모습이다. 김밥 김 한 장을 자기 앞에 펼쳐두고 밥을 골고루 펴 바른다. 뭉터기로 펴진 밥은 다시 얇게 펴 바를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준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준비해 준 재료 중에서 본인이 먹고 싶은 재료를 골고루 펴 바른 밥 위에 하나씩 올려놓는다. 김밥 전문점에서 파는 김밥처럼 재료들이 가지런하지 않지만 그 나름대로 질서를 갖추고 있는 예쁜 김밥이다.


  도담이와 봄봄이는 각자 한 줄씩 김밥을 만들었다. 평소에도 김밥을 좋아하는데 본인이 만든 김밥이라 그런지 게눈 감추듯 김밥을 먹었다. 복스럽게 잘 먹는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아이들을 요리에 참여시켜 함께 음식을 만드는 일은 정겨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주도적으로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아빠와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옆에서 도와주는 과정이 매우 따뜻하고 정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네 식구가 서로에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김밥 말고도 도담, 봄봄이와 함께 식사를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식사 이후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다 중랑천에 산책을 가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중랑천에 가자고 제안하니 도담이는 "나는 농구할 거예요!"라며 답했다. 중랑천에 도착해서 봄봄이는 엄마와 킥보드를 타며 놀았고 나는 도담이와 농구를 했다. 도담이에게 적합한 작은 농구공이 있는데 그 공으로 도담이가 농구 골대에 슛을 하며 놀았다.


  도담이가 시도한 회심의 첫 골은? 실패했다. 이후 몇 차례 실패를 거듭했다. 도담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했고 몇 번의 실패 끝에 첫 골을 성공했다. 자신감이 생긴 도담이는 계속 시도했다. 골을 몇 번 더 성공하자 스스로 "10개를 넣을 거예요!"라고 목표를 세우더니 결국 10개의 골을 성공했다. 10개의 골을 성공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실패를 딛고 이루어낸 것이다.


  목표에 도달한 도담이를 보니 지쳐 보였다. 나는 도담이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조금 쉴까?"

  "아니. 아빠. 나 20개까지 도전해 볼래요!"


  10개라는 목표에 도달한 후에 도담이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워 도전한다고 답했다. 멋진 녀석. 도담이는 항상 그래왔다. 무언가를 할 때 잘하고자 하는 욕심을 보이며 끝까지 노력한다. 결국 도담이는 나와 함께 20골을 성공했다. 목표를 도달한 후 나와 도담이는 모두가 아는 명작 농구 만화인 슬램덩크의 마지막 장면(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북산고교의 서태웅은 산왕고교를 역전하기 위해 골대로 향한다. 골대에 도착한 순간 상대팀의 수비에 막혀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순간 강백호가 눈에 들어온다. 강백호는 자신의 손을 보고 말한다. "왼손은 거들뿐". 그 모습을 본 순간 서태웅은 강백호에게 패스를 하고 그는 멋지게 점프슛을 성공한다. 결국 북산고교는 고교 최강인 산왕고교를 이긴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강백호와 서태웅은 서로를 보고 말없이 하이파이브를 한다. 정말 명장면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온몸에 전율이 돋는다.)처럼 멋지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도담이는 오늘 수많은 실패를 딛고 포기하지 않은 채 목표에 도달한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은 도담이에게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도담이가 맞닥뜨릴 어려운 과정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다.


  아이들과 보내는 오늘과 같은 시간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내 기억에서 잊히겠지. 하지만 이 기록은 오랫동안 남아 우리 소중한 추억을 기억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기록을 보고 도담이와 봄봄이가 오랫동안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행복했던 이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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