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 소파에 앉아 쉬고 있던 남편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들릴까 말까 영혼 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웬일이니… 이게 대체 몇 건이라는 거야? 일, 십, 백, 천….”
나는 빠쁘게 눈을 두어 번 껌뻑거린 후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크게 늘렸다. 그리고 다시 집게손가락에 힘을 주어 화면을 꼭꼭 짚어 나갔다.
“전화기가 어쨌길래?”
남편은 분주해 보이는 내 행동에 뭔가 궁금한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는지 잠시 뭉그적대더니 내가 있는 식탁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여기, 이거 봐봐. 이거 천 맞지?”
나는 휴대전화 화면에 선명하게 떠 있는 숫자를 가리켰다.
“어? 설마 그걸 몰라서?”
남편이 피식 웃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내 글 조회가 천 건이 넘었다고.”
“엥? 뭔 글이길래?”
“있잖아. 지난주 내가 브런치에 발행한 ‘설거지가 제일 싫은 전업주부’ 말이야. 당신도 좀 팔고 했던... 그게 지금 난리야.”
"그래?"
내 말이 끝나자나자 남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실은 얼떨떨하기도 해서 어색한 눈짓을 보냈다.
브런치가 수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3개월간 11편의 글 발행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곳이 아닌가. 나도 이번 알림이 오히려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진짜 놀라운 일은 잠시 뒤부터였다.
브런치 조회가 6000을 돌파했습니다!
브런치 조회가 10000을 돌파했습니다!
브런치 조회가 30000을 돌파했습니다!
1시간 사이 브런치 조회 수가 만 단위로 풀쩍 뛰는 것이다.
맙소사! 고작 글 한 편이 30000 조회라니. 나는 휴대전화에서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전화기를 남편 코밑으로 바짝 내밀었다. 보란 듯이 ‘우와’를 연발하며 말이다. 내일 아침 자고 일어나면 꿈처럼 스타작가가 돼 있을 것 같은 희한한 자신감이 차올랐고 어깨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 브런치 입성 3개월에 30000이라는 숫자는 내 글쓰기 인생에 가히 기록적이고도 남았다.
그런데 마냥 좋기만 할 줄 알았던 기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불편함이 되었다. ‘오타가 난 건 없는지.’,‘문법에 맞나’,‘누군가 욕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 했다.
그러다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니 ‘에라 몰라’, ‘내 손을 떠난 글은 어쩌겠어’라는 모르쇠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짧은 시간 참 여러 감정들이 오고 갔다.
나는 조회 수가 늘어난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으로 브런치 통계라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검색해 봐도 당최 모르겠다. 브런치 메인에도 에디터 픽 에도 최신 글 어디에도 없는 글이 랜선 어디서 떠도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유입경로 ‘기타’로 분류된 의아한 브런치 리듬을.
과연 독자들은 어떻게 내 글을 만나게 되었을까? ‘인터넷 쇼핑하다 잘못 클릭하셨나. 아니면 나처럼 설거지 때문에 열받아서 연관검색을 하셨던가. 똑똑한 알고리즘이 선물처럼 배달해 주었나.’ 뭔가 속 시원하진 않지만 어쨌거나 읽어주신 독자님껜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일주일 후.
브런치로부터 더 이상의 알림은 없다. 나는 여전히 내 글이 어디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스타니 뭐니 미리 마신 김칫국이 민망하다. 나의 일상도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브런치와 약속한 발행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바쁘게 자판을 두드릴 뿐. 고요한 하루 중 간간이 노크하듯 울리는 라이킷 소리를 들으며 말이다.
참!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설거지보다 영화를 선택했던 지난 주말저녁, 나는 그날도 주방일을 팽개치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전날 개수대 안에 높이 쌓였던 설거지 산이 감쪽같이 사라진 게 아닌가. 조회 수 터진 그 글의 어느 댓글처럼 설마 눈치 있는 그릇들이 스스로 샤워하고 건조대 위에 가지런히 매달리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우렁이 색시라도 다녀간 걸까. 밤사이 우리 집 주방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