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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니의 글적글적 Jun 08. 2023

중년이지만 k팝이 좋다

마흔 살 힐링 담론 : 요즘 중년





다른 문을 열어 따라갈 필요는 없어
넌 너의 길로 난 나의 길로 음~
하루하루마다 색이 달라진 느낌
밝게 빛이 나는 길을 찾아

I’m on my way 넌 그냥 믿으면 돼
I’m on my way 보이는 그대로야
너는 누군가의 Dreams come true   



  “얘들아, 이 노래 아이브지? I AM? 가사 들어봤어?”

  자동차 안 가득 음악이 흐르자 내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놉.”

  대답이 짧게 돌아왔다.

  “얘들은 정말, 좋아한다면서 가사도 몰라? 이 가사가 얼마나 죽이는데!”

  “아, 헐.”

  중등, 초등 아이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우리 가족은 자동차를 타면 제일 먼저 음악을 튼다. 남편은 rock, 나는 bts, 아이들은 최신 k팝.

가족 모두 취향은 다르지만 요즘 우리 집 대세는 아이돌 최신가요이다.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멜론차트 1위부터 자동 재생이라고 할까.

 

  나는 k팝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아이돌 1세대이고 지금은 k팝 선두자의 팬이며 유행에 처지지 않는다고 나름 자부하는 40대이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노래는 왠지 가볍고, 산만하고, 시끄럽고. 뭐라고 할까? 한마디로 정신 사납게 들렸다.          

  

  자동차만 타면 아이들과 플레이 곡을 다투지만 결국은 k팝이다.  늘 아이들에게 져주다 보면 할 수 없이 최신 k팝을 듣게 되는데 어느 날부턴가 그게 꽤 괜찮게 들려왔다. 그러면서 남편은 자연스레 아이돌  공부가 되었는지 회사에서 k팝 좀 안다는 이유로 아재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세대 중년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나는 아이들 친구를 만나도 거리낌 없이 대화에 낄 수 있다.  요즘은 길을 가다 어느 매장에서 k팝이 들리면 신나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도 익숙한 리듬이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I AM’의 가사를 보게 되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알 듯 말 듯 들리는 첫 소절이 뭔가 궁금해서 인터넷에 찾아봤다.

  ‘다른 문을 열어. 따라갈 필요 없어. 넌 너의 길로 난 나의 길로’     

  

  유레카! 아이돌 노래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을 찾을 줄이야. 10대 아이돌이 부르는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노래는 내게 ‘다른 문을 열어’라고 말한다. 이거면 안 되겠다고 꼭 쥐고 있었던, 그러면서 의심스러운, 겹겹이 쌓인 상념들에 대한 도전처럼.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생의 절반을 달려가고 있는 나에게, 또 인생의 출발점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나도 모르게 위로받는 기분이랄까?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을 열면 된다. 마치 보이지 않던 문이 점점 나타나 나를 부르는 듯.  신나게 신비롭게 나를 홀린다.   


  우리 아이들은 이 노래의 어느 부문이 좋아서 그토록 떼창을 부르는지 모르겠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심오한 뜻이 있지 않아도 하루하루 행복하길 바란다.

  40대에게도, 10대에게도 ‘너는 누군가의 Dreams come true’

  노래는 젊고, 나는 요즘 K팝이 좋다.                  

  



사진 hannynaibaho,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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