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기침을 계속 했다. 단순 감기라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오히려 증상이 심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때까진 몸이 심하다고 생각 못했고 아침에 수영까지 했다.
수영하고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계속해서 기침이 멈추지 않고 몸에 한기까지 들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병원에 약을 타러 가려 했는데 몸이 너무 추워서 결국 못가고 점심시간동안 책상에서 잤다.
결국 오후5시에 조퇴하고 병원에 가기로 했다.
거리가 가깝고 처방해주는 약이 잘 든다며 동료직원이 추천해준 병원에 갔다.
컨디션이 너무 안 좋으니 업무시간에 일을 할 수 없었다.
조퇴하고 병원가는 길에 마침 그날저녁 같이 먹기로 한 직원을 만났다.
그 직원은 심하게 기침 하는 나를 보고는 "괜찮아요? 오늘 저녁 힘드실것 같은데?" 라고 말했다
나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몸 컨디션이 영 최악이라 술약속을 취소하고 싶었지만 내가 주선한거라 차마 취소하자는 말을 먼저 할 수 없었다.
병원까지 걸어서 15분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마치 한시간 거리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병원에 겨우 도착해서 접수를 하고 열체크를 했는데 열이 너무 높게 나왔는지 병원 직원이 다시 열체크를 해보자고 했다. 열체크 후 차례를 기다리며 안정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쉬고 있었다.
병원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으며 예전 어릴 때 부모님과 갔던 시골동네병원 분위기가 났다.
그로 인해 옛 어린시절 부모님과 동네 작은 병원 갔던 추억이 떠올랐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리고 의사선생님실에 들어가서 진료를 받았다.
내 상태를 진료하시더니 거의 독감이 확실한 것 같다며 검사를 해보자 하셨다.
의사선생님은 내게 외곽 구석진 좁은 베란다 안에 들어가서 열린 창문을 바라보는 위치에 놓여 있는 작고 허름한 나무의자에 앉으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코로나 검사 때 봤던 것과 거의 같아보이는진단키트를 꺼내 갖고와서 내 코를 여러차례 깊게 쑤셔넣었다. 그만해도 될 것 같았는데 몇 번더 그것도 깊숙히 쑤셔넣으셨다. 검사결과는 a형 독감. 독감중에서도 제일 독하다는 A형 독감이라 하셨다.
병원에 오기까지 너무 괴로웠는데 역시 다 이유가 있었다.
a형 독감이면 격리해야 되는거 아니냐고 여쭤보니 꼭 그런건 아니라고 하셨다.
엉덩이에 주사 한 대 맞고 독감치료를 위한 약을 여러 개 처방받아 약국에서 약을 사서 나왔다.
집에 가서 저녁 해 먹을 기력이 없어,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마침 병원 건물 근처에 깔끔하고 아담하게 꾸민 이쁜 식당이 있었고 맞은편에는 동네 칼국수집이 있었다.
하루종일 몸에 한기가 들어 추웠던 터라 따뜻한 국물로 속과 몸을 풀어줘야 겠다는 생각에 칼국수 집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메뉴를 보는데 맞은 편에 있는 깔끔하고 감성 인테리어로 꾸며진 식당에 눈이 자꾸 갔다.
뭔가 식당이 깔끔해보이니 재료도 신선하고 음식도 깔끔하게 나올 것 같았다.
결국 칼국수집을 나와서 맞은편 식당에서 먹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갔을 땐 손님은 나 혼자였다
우드 인테리어에 노란 조명으로 식당 안을 비추고 있었다. 일본과 한국 분위기가 섞여있는 식당이었다.
식당 메뉴는 한정식 하나 였으며 그 날마다 한식메뉴가 바뀌는 형식이었다.
사이드 메뉴로는 차나 음료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식당 사장님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분이었다.
정식메뉴 반찬은 돼지고기조림, 순한 순두부국, 김치, 무생채, 두부채소무침, 조금의 요플레.
양은 혼자 먹기 많지도 적지도 않게 딱 적당했다. 든든한 저녁한끼를 먹고나니 컨디션이 괜찮아졌다.
음식을 먹고 나오면서 식당주인에게 "식당이 아담하고 이쁘네요"라고 칭찬했다. 식당 주인은 활짝 웃으면서 "식당 꾸미는데 신경 많이 썻어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라고 밝게 답했다.
식당을 나오고 나서 음식도 깔끔하고 맛있었다고 칭찬해줄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 날 저녁식사는 내게 보약같았다.
A형 독감으로 하루종일 고생했지만 덕분에 병원에서 옛 향수도 느낄 수 있었고, 근처 맛집과 친절한 사장님도 알게 되었다. 그 날 약속은 취소됐지만 덕분에 술을 안 먹을 수 있었고, 저녁값(방어를 먹기로 해서 저녁값이 엄청 나왔을 거다.)도 아낄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