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웨딩촬영은 기대 이상이었다.
촬영 의상과 메이크업을 준비하는 과정마저 즐거웠다.
제주도 떠나기 전,
그녀는 난소에 있는 혹을 떼기 위해 병원에서 미리 수술전 검사를 받고 왔지만,
웨딩촬영 준비할 때만큼은 피곤한 기색 없이 에너지가 넘쳤다.
웨딩촬영에 그녀의 동생도 함께할 예정이었다.
그들은 먼저 제주도에 와 있었고,
저녁이 되자 그녀의 동생을 데리러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차안에서 그녀가 불현듯 말했다.
“오빠… 나, 난소에 있는 혹이 암이면 어떡하지?”
아무래도 그녀는 본인 몸에서 느낀 불길함이 불안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불안에 잠긴 얼굴.
그녀가 불안해 할 때마다 그는 그녀를 나무랐다.
"우리 나이에 무슨 암이야. 괜히 쓸데없이 불안한 생각 하지마."
잠시 후, 그녀의 동생이 공항에 도착했고
공항 밖 기다리고 있던 차에 탔다.
그녀의 동생이 함께 하자, 그녀는 반가움에 조금 전의 불안을 묻어둘 수 있었다.
그녀는 직장에서도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웨딩촬영 소식을 들은 한 동료는
마침 제주도에 일정이 있어 직접 만든 꽃다발을 가져왔다.
촬영 당일, 동료는 꽃다발을 건네며 말했다.
“이 꽃 들고 찍으면 더 예쁠 거예요.”
그녀는 행복한 미소로 꽃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 옆엔,
단 한 번도 꽃을 선물해본 적 없는 그가 서 있었다.
그녀는 그 꽃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 꽃은 늘 그녀의 손에 들린 채였다.
전문 사진작가가 준비한 장소는 현실이라 믿기 힘들 만큼 아름다웠다.
푸른 숲, 에메랄드빛 바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펼쳐진 바닷가.
그날 제주도는 온전히 두 사람만을 위한 무대였다.
아름다운 제주에서
그들은 멋진 옷과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촬영이 이어질수록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이 번져갔다.
드레스와 화사한 메이크업을 한 그녀는
그 풍경 속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였다.
그녀는 그 순간을 온전히 만끽하고 있었다.
그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가끔씩 스쳐 지나가는 낯선 감정도 있었다.
결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실감,
그리고 자유를 잃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촬영은 이어졌고,
제주의 오름과 숲, 바다, 그리고 붉은 노을이 깔린 바닷가—
그 모든 풍경이 그와 그녀를 가장 아름다운 커플로 빛나게 했다.
붉은 노을 아래 평평하게 펼쳐있는 넓은 모래사장과푸른 에메랄드 바다는
두 사람을 더없이 눈부신 존재로 만들었다.
마치 천국에 와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오름 정상 아래, 둥글게 펼쳐진 푸른 숲이
정상에 선 두 사람을 축복하기 위한 푸르고 웅장한 무대를 만들었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큰 나무들은
그 길 위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사람을 조용히 축복하는 듯했다.
그날 제주도는 마치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제주도의 자연과 낭만도 함께 만끽했다.
그들은 제주도의 주인공이었다.
그녀의 동생은 사진작가 옆에서 그들의 촬영을 도와주며,
둘의 모습을 행복하게 지켜봐 주었다.
사진작가의 지시에 따라 포즈를 취하며
둘은 웃었고, 서로를 바라봤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우리 둘뿐인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이어진 촬영 끝에
그와 그녀의 동생은 지쳐 있었지만, 그녀는 더 찍고 싶어 했다.
결국 그는 “이제 이 정도면 됐어”라며 그녀를 달랬다.
행복한 웨딩촬영을 마치고
그들은 제주도에서 돌아왔다.
귀국하고 다음날
사전 검사를 받았던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의 몸 안에 있는 큰 혹을 제거하고
조직을 떼어내 악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수술실 앞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보호자로 온 언니도 함께였다.
그는 그 눈물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별일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그는 웃으며 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수술 도중 의사가 보호자를 불렀다.
그와 언니는 다급히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가 안쓰럽고 걱정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혹에서 뗀 조직을 검사해보니… 악성입니다.”
전이된... 4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