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암 4기’라는 말을 듣고도, 당연히 죽을 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난소에 혹이 있어 불편해하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웃었고, 여전히 걸었고, 여전히 예뻤다.
TV에서 보던 말기 환자처럼 초췌한 기색이 전혀 없이 일반 건강한 사람들과 별반 다를게 없었기 때문이다.
“치료하면 나을 수 있죠?”
그는 간절히 물었다.
그러나 의사는 안쓰럽고 걱정되는 표정을 지었을 뿐,
희망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다.
수술 도중, 혹에서 떼어낸 조직을 바로 검사해 결과를 전한 의사는
짧게 말을 마치고 다시 그녀의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는 원래 기다리던 병원 밖 카페로 돌아왔다.
혼자 앉아 있으니, 방금 전 의사의 표정과 말투가 다시 떠올랐다.
그 순간,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를 삼켜버렸다.
수술 후, 병실에 누워 있던 그녀는 혹을 떼어낸 덕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얼굴에는 환한 기운이 돌았다.
신혼집 가구 배치를 이야기하는 그녀는, 명랑한 소녀 같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슴속은 말하지 못한 진실의 무게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녀에게 이 사실을 숨기는 것이 옳은지 혼란스러웠지만, 우선은 숨기기로 했다.
언니와 그는 의사에게 “그녀에겐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의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비밀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난소의 혹이 어디서 전이된 건지 밝히기 위해 여러 검사가 이어졌고,
그녀는 이유를 물었다.
어쩔수 없이 의사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순간, 그녀의 눈빛이 얼어붙었다.
그는 곁에서 “치료하면 나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하고 다독였다.
그는 그래도 그녀가 젊고 몸상태가 좋으니 치료하면 나을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위암 4기에 대해 검색할수록 젊은 나이의 위암4기는 절망적이라는 글들뿐이었다.
밤이 되면 입원실엔 보호자가 있을 수 없었다.
그녀를 두고 차로 한시간 거리의 집에서 그는 편히 쉴 수 없었다.
불안과 걱정이 혼자 있는 그를 뒤덮었다.
추가 검사 결과, 위에 작은 혹이 보였다. 위암이었다.
검사상으로는 대장과 복부에서 암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줄기 희망처럼 물었다.
“그럼 심각한 건 아니죠?”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위암이 난소까지 갔다는 건… 이미 전이가 된 것입니다. 암이 보이지 않는 것일뿐, 4기입니다.”
그와 그녀는 억울했다.
불과 몇 달 전, 위내시경을 받았지만 아무 이상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검색해보니 젊은 환자의 위암은 내시경으로 발견하기 어렵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억울함과 허무함이 뒤섞였지만, 그 병원을 상대로 싸울 여유는 없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녀가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는 더 나은 치료 환경을 위해 큰 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의사 역시 잘한 선택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옮기라고 권했다.
오랜만에 그들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그를 보며 애써 웃었다.
그는 그 웃음이 더 슬펐다.
이제, 그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두려워졌다.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녀가 더욱 소중해졌다.
며칠 뒤, 큰 병원 진료 예약일이 되었다.
그와 그녀는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희망을 품고 병원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