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과 평온이 맞닿은 곳

by 차밍

그녀와 그는 치료를 위해 나란히 직장을 휴직했다.
수도권에서의 분주한 생활을 뒤로하고,

짐을 싸서 공기 좋고 푸른 산에 둘러싸인 그녀의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녀의 부모님은 넓은 마당이 있는 한옥집에 살고 계셨다.
집에서 차로 5분만 가면 유명한 자연 관광지가, 조금 더 가면 바닷가가 나온다.


대문을 나서 한쪽으로 난 길을 따라 마을 어귀로 내려가면, 인적이 드문 지방도로가 나타난다.

차는 드물게 지나가고, 공기는 고요하다.


그 길을 건너면 밭과 그 사이로 난 산책로가 펼쳐진다.
밭 너머로는 초록빛 편백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은 산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맑은 공기와 나무 향기, 편백나무로 지은 한옥집, 그리고 바로 옆에 자리한 광활한 녹차밭.
온통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곳이라면, 아무리 4기 암이라도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그녀 부모님의 정성스러운 돌봄이 있었다.
아침, 점심, 저녁마다 정성이 가득 담긴 밥상이 차려졌고, 모든 가족이 그녀의 하루를 함께 채웠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공기와 빽빽한 빌딩 숲 대신,

맑고 푸른 자연에 둘러싸인 평온한 산골마을에 머물다 보니,
그는 그녀가 반드시 나을 것만 같아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원에만 있으면 되살아나던 두려움과 불안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음 항암까지 이어질 3주 동안,

그녀와 하루 종일 자유롭게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첫 항암의 부작용은 다행히 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색칠 공부를 하고, TV를 보고, 마을을 산책하며 웃음을 되찾았다.

“직장 안 나가도 하루가 이렇게 바쁘네?”라며 미소 짓는 모습은 병을 잊게 할 만큼 건강해 보였다.


그녀는 아이를 원했다.


난소 한쪽은 큰 혹으로 이미 제거됐지만,

다른 한쪽은 혹이 작았고, 무엇보다 두 쪽 모두 제거하면 임신이 불가능했기에 남겨두었다.


항암으로 남은 난소가 손상되지 않도록,

그녀는 직접 대학병원 산부인과 협진을 신청해 난소 보호 주사를 맞았다.

그녀는 그렇게, 행복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끝내 놓지 않았다.


그는 그녀 자신의 치료에만 집중하길 바랐지만,

아이를 원하는 그녀의 희망을 꺾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고향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두 사람은 부모님 집 안 작은 방에서 함께 지냈다.


그 방에는 꽤 넓은 창문이 있었는데,
창을 열면 도로 너머 밭과 그 뒤로 펼쳐진 편백나무 숲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액자 안에 들어왔다.


저녁이면 그 방안에서 그녀는 주사기와 거즈, 알코올 솜을 준비했고,

그는 그녀의 복부에 난소 보호 주사를 놓아 주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정성이 가득한 밥상을 차려 주셨다.
딸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두렵고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그녀 몰래 수없이 눈물을 삼켰을 것이다.


아버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했다.
마치 딸의 병을 모르는 듯, 늘 하던 대로 말하고 행동했다.
그는 그런 아버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언니와 여동생까지 온 가족이 모인 그 집은, 마치 하나의 병실이자 쉼터였다.
병실처럼 그녀를 중심으로 모든 시선과 마음이 모였지만,

동시에 쉼터처럼 따뜻한 기운이 끊이지 않았다.

집 안에는 밥 짓는 냄새와 대화 소리가 은근하게 번졌고,

창밖으로는 산과 바람이 여유를 안겨주었다.

그곳의 분위기는 병의 무게를 잠시 잊게 할 만큼,

어느 평범하고 화목한 가족의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평온함 뒤에는 다시 병원으로 향해야 하는 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 05화행복 뒤, 시련 속에서 내딛은 첫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