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이 깊어져도 지지 않는 웃음꽃

by 차밍

두 번째 항암 결과 검사에서도 암의 크기는 그대로였다.

명의라 불리던 위암 전문 교수님이 수술 가능성을 살펴봤지만,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이후 몇 차례 더 항암을 했으나 상태는 오히려 나빠졌다.

이제 약을 바꿔 새로운 항암제를 써야 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의사를 온전히 믿지 못했다.

처음부터 “얼마 못 살 것” 이라 단정하던 의사에게,

정말 최선을 다하는 진료가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며 위암 4기 환자들 사례를 찾았고, 다른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새로 상담한 대학병원에서는 더 적극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암이 퍼진 부위에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였다.

기존 병원에서는 듣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기존 의사에게 진료보던 날,

약을 바꾸자고 권하며, “마침 지금 입원 자리가 하나 났으니 어떻게 할지 결정하라”고 재촉했다.


그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익숙한 병원에서 그대로 치료를 이어갈지, 아니면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일지.


결국 그들은 새로운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곳의 의사는 설명을 길게 해주었고,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말투와 태도에서 오는 신뢰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입원 절차를 밟고 링거까지 꽂고 나니, 그의 마음은 다시 불안으로 뒤덮였다.
더 작은 병원, 새로운 치료 방식, 그리고 ‘혹시 잘못된 선택일까’ 하는 두려움이 그를 압도했다.

그러나 이미 입원하고 링거까지 꽂은 상황에서

다시 그녀에게 “기존 병원으로 돌아가자” 고 말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만약 이곳을 포기하고 돌아갔다가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그녀와 가족들이 그를 원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지금 다시 옮기자고 번복하면 그녀에게 괜히 혼란만 줄 것 같았다.

그 불안은 가라앉지 않은 채 커져만 갔고, 결국 새로운 치료의 날이 찾아왔다.


그는 그녀가 새로운 치료를 받는다는 게 두려웠고, 그녀가 너무 걱정되었다.

그래서 옆에서 그녀를 더욱 잘 보살피고 챙겼다.


치료는 2주 간격으로 진행됐다.

첫 주기는 큰 부작용 없이 지나갔다.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나 두 번째 치료 중 그녀가 고통을 호소했고, 그는 급히 당직 의사를 불렀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문제 없다” 였다.


치료는 예정대로 끝났지만, 그는 깊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무렵, 그는 혼자 제주도로 떠났다.

그녀를 곁에서 지켜야 한다는 죄책감과,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피로가 뒤섞였다.

제주에서 그는 숲과 바다를 거닐며 마음을 정리했다.

그 시간은 그녀 곁을 더 오래 지키기 위한 작은 숨 고르기였다.


한 달 반 뒤, 친구들과 남해에서 배를 타고 다시 제주를 찾았다.

오지 캠핑을 하며 마음을 풀었고, 사진을 그녀에게 보내며 연락을 이어갔다.


또 한 달 뒤에는 그녀와 함께 제주를 여행했다.

이미 몸은 많이 야위었지만, 밝은 성격은 여전했다.

스쿠터를 타고 제주 바람을 맞으며 달렸고, 오름에 올라 숲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발을 담근 그녀는 잠시나마 환자가 아닌 여행객으로 돌아간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추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는 그녀와 제주도에서 함께 돌아다니며 지내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숙소에서 둘은 서로 더욱 애틋하게 느꼈다.

저녁이 되어 혼자 밖에 나가 먹을 것을 사오려 하자,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 순간, 그는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지금 둘이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뼛속 깊이 느꼈다.


또 다른 한 달 뒤에는 그의 부모님 집에 함께 머물렀다.

그의 어머니는 그녀를 위해 건강식 위주의 음식을 준비했고, 아버지는 함께 나들이에 동행했다.

그 시간은 가족이 한마음으로 그녀를 품어주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약으로 치료하는 동안 몸은 점점 더 야위어 갔지만, 마음만은 달랐다.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는 밝은 소녀였다.

그 웃음은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작은 등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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