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속에 피어난 장미 같은 사랑

by 차밍

병원을 옮겨 새로운 치료를 이어갔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리 좋지 않았다.
암은 이미 다른 부위로 전이되었고, 그로 인해 새로운 통증이 시작되었다.


결국 그녀는 병원에 입원했고,

그는 옆에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손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통증은 날로 심해졌다.

도저히 이대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따.

검사 결과 급히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고, 바로 다음날 수술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 수술은 급한 불을 끄듯 통증을 가라앉혀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는 계속해서 척수액이 차올라 관을 꽂고 다녀야 했다.

생활은 불편해졌지만, 그래도 이전처럼 극심한 고통은 줄어들어 잠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안도와 함께 지울 수 없는 슬픔이 어렸다.
이제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전이된 암을 먼저 치료해야 해서, 기존에 하던 항암치료는 잠시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새로운 치료는 결코 쉽지 않았다.

치료를 받을 때마다 구토와 고통이 밀려왔지만, 지나고 나면 다시 괜찮아지곤 했다.

긴 병원생활 동안 그는 그녀 옆을 지켰다.

이번에는 그녀의 어머니도 서울로 올라와 함께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여전히 담담했다.

아버지는 마치 일상의 한 장면처럼 평범하게 그녀를 대했고, 그는 그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병원 생활을 함께 이어갔다.

그는 집에 들러 그녀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입원실로 가져오곤 했다.

하지만 막상 집에 혼자 있으면 병원에 있는 그녀 생각뿐이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늘 발걸음을 재촉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병실 문을 열어 그녀와 마주하는 순간, 세상이 환해졌다.

침대 위에서 해맑게 웃으며 그를 반겨주는 그녀는, 그에게 여전히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존재였다.


저녁이 되면 둘은 병원 주위를 함께 걸었다.
가끔 그는 근처 만화책방에 들러 책을 빌려와 병실에서 그녀와 나란히 읽곤 했다.

비록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이었지만, 그녀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행복했다.


그녀는 아픈 몸으로도 의사에게 투정부리지 않았다.

의사는 그녀의 표정만 보아도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거짓이나 과장이 없었다.


관을 달고 생활하는 불편함 속에서도 그녀는 견디려 애썼다.

그러나 그 역시 인간이기에,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는 점점 지쳐갔다.


“오빠, 그렇게 입으면 안 추워?” 그녀가 다정하게 묻자,
“나 원래 몸에 열 많잖아.” 그는 무심하게, 약간의 짜증을 섞어 대답했다.

사소한 말에도 예민해져 목소리를 높였고, 그 순간마다 후회가 칼날처럼 가슴을 찔렀다.


그가 점점 힘들어하는 모습에 그녀는 말했다.
“오빠, 많이 힘든가 보다.”


그는 다시는 화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새 또 투정부리고 화를 내곤 했다.

그렇게 지쳐 있던 어느 날, 오랜 친구가 병원에 찾아왔다.


그는 잠시 그녀에게 친구가 왔다며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병실을 나섰다.

오랜 병원 생활 속에서 지쳐 있던 그는,

친구와 마주 앉아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오랜만에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녀에게 자주 화를 낸다며 후회한다고 털어놓자,

친구는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조용히 공감해 주었다.

오랜만에 속을 풀며 그는 조금은 가벼워졌다.


돌아가는 길, 그는 친구와 함께 꽃가게에 들렀다.
그동안 그녀에게 화를 냈던 일이 마음에 걸려,

미안한 마음과 다시는 화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아 장미 한 송이를 골랐다.


장미꽃을 들고 병실로 돌아가던 길, 그는 문득 그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홀로 링거대를 끌며 병원 건물 사이를 천천히 걷고 있는 그녀.


수술과 항암으로 밀어낸 머리 위엔 모자가 눌려 있었고,
발에는 두 사람이 함께 사 두었던 커플 겨울 털실내화가 신겨 있었다.


순간 그의 눈에는 천사가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와 걷는 듯 보였다.
가슴이 벅차도록 반갑고도 아픈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가 장미꽃을 내밀자, 그녀는 금세 얼굴을 환하게 밝히며 기뻐했다.
그리고는 걸음을 멈추고 갈색 털실내화를 신고 걷고 있는 발을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그 소박한 사진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졌다.


함께 병실에 들어와서 그녀는 장미를 병실 한쪽에 소중히 두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내가 화내서 미안해. 이제 정말 화내지 않을게.”

그녀는 그런 건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전이된 부위의 항암치료 후, 음성 반응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결과는 늘 양성이었다.

그때마다 실망이 몰려왔지만, 희망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결과를 기다리는 날, 긴장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의사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숨조차 삼킨 채 그의 입술에서 어떤 말이 흘러나올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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