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치 샐러드를 준비했지만, 단 이틀 만에 무너졌다

by 차밍

야심찬 주말 샐러드 준비

이번 주말, 나는 몸이 천근만근인 와중에도 대단한 결심을 하고 마트로 향했다.

바로 일주일간 먹을 저녁 샐러드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평일에는 직장을 다니고 퇴근 후에는 독서에 집중하다 보면, 요리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말에 미리 음식을 준비해두면 평일을 좀 더 여유롭고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저녁 식단은 철저히 채소 위주로 먹고있다.

샐러드 채소, 브로콜리, 버섯, 방울토마토 등 건강한 채소들로 가득 채워 장을 봤다.

집에 돌아와서는 깨끗하게 씻고, 한 끼 분량씩 소분해서 보관통에 정성스레 담았다.


이제 일주일 내내 저녁을 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7개의 보관통을 채워 넣으며 뿌듯했다.

심지어 키친타월을 아래위로 깔아 물기 관리까지 나름 철저히 했다.



눅눅해진 샐러드, 와르르 무너진 계획

하지만 나의 야심 찬 계획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기대와는 달리, 딱 두 번밖에 먹지 못하고 나머지 샐러드는 전부 버려야 했다.


보관통에 물기가 너무 많이 생겨 채소들이 축축하게 눅눅해지고,

급기야는 냄새까지 나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매일 키친타월을 갈아주는 노력을 했지만, 소분해 놓은 채소들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첫날은 그래도 나쁘지 않게 먹었지만, 둘째 날 샐러드는… 정말 힘들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이상해졌고,

먹는 내내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나중에는 속에서 울렁거리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결국 4만 원 이상 주고 장 본 채소들을 이틀 만에 고스란히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했다.

아깝다는 생각에 마음이 쓰렸지만, 이 경험을 통해 아주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주말 저녁 힘들게 준비했던 노력이 80% 이상 날아갔지만,

다음번에는 훨씬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돌이켜보니, 80% 이상의 노력이 날아간게 아니라 경험에 투자한 셈이었다.


샐러드가 알려준 '삶의 지혜'

오늘 아침에도 직접 밥을 해 먹었지만, 맛은 없었다.


하루 세 끼 중 두 끼를 맛없게 먹고 나니, 세 끼 전부 맛있게 먹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시도하고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건강하고 맛있게 음식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한다.


내가 꾸준히 공부하고 있는 것들과 연관해보니 이 깨달음은 요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금 내가 갈고닦는 독서, 글쓰기, 운동, 말하기 등 모든 일에 해당한다.

그 어떤 것도 처음부터 능숙한 것은 없으며, 모든 시작은 서툴고 어설프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잘할 수 있다'는 착각을 은연중에 품고 있었나 보다.

이번 샐러드 저녁 준비를 통해 그 자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순조로울 거라 믿었지만, 세상은 늘 다른 답을 내놓는다.

내 예상대로 세상이 움직이겠지라고 믿는 순간마다,
실상은 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그것을 아는 것이 진정한 지혜일 것이다.

이 중요한 깨달음을 안겨준 눅눅한 채소 샐러드에게, 참으로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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