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끝에 깨달은, 나만의 '강물 같은' 페이스

by 차밍

누구나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길고 긴 여정에서 지치지 않고 완주하려면 페이스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머리로는 이 명제를 수백 번 이해했지만, 몸으로 깨닫는 데는 여전히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지난 주말, 나는 또 한 번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


토요일은 제법 알찬 하루였다.

그날은 혼자서 여유롭게 쉬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생각들과 마주하다보니

나를 위한 일들을 할 여력이 생겼고 하나씩 하다보니 독서, 글쓰기, 운동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요일, 나의 목표는 좀 더 '완벽한' 하루에 가까웠나 보다.

눈뜨자마자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곧바로 운동을 다녀와 샤워를 마쳤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오후 카페에서 글을 쓰기를 위한 주먹밥까지 만들고 나니 오전 9시 30분.

카페 문이 열리자마자 좋은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듯 집을 나섰다.

40분 운전 끝에 도착한 카페.

이미 좋은 자리는 만석이었고, 겨우 남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니 그제야 한숨 돌릴 여유가 찾아왔다.


잠깐의 휴식 후, 바로 블로그 포스팅에 몰두했다.

4시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글을 써 내려갔다.

완벽하게 몰입한 상태였기에, 내 체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몸이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 때쯤에야 펜을 (아니, 키보드를) 멈췄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뭔가 찝찝했다.

‘조금만 더 힘내면 마무리할 수 있을 텐데.’

결국 다시 한번 힘을 내어 글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몸은 더 이상 버텨주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문득 간식이 떠올라 다시 카페로 차를 돌렸다.

간식을 사고, 다시 자리에 앉아 못다 한 글을 마저 써 나갔다.

2시간이 더 흐른 후에야 비로소 포스팅 하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야말로 '방전' 상태였다.

너무 열심히 달렸기에, 이제는 아무것도 할 힘이 없었다.

원래 계획은 평일 저녁에 먹을 야채 샐러드를 미리 준비해 소분해두는 것이었지만,

도저히 그럴 여력이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글쓰기에 몰두했던 나에게 작은 보상을 주고 싶었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무언가가 필요해, 아껴둔 영화를 결제해 재생했다.

그러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는지, 끝까지 보지도 못한 채 침대에 곯아떨어졌다.


아마 오후까지 내가 한 일이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의 최대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저녁에 샐러드까지 준비하려던 건 애초에 한도를 넘어선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만약 중간중간 몸이 힘들다고 느낄 때마다 잠시 쉬어주고, 기분 전환을 조금씩 했다면 어땠을까?

야채 샐러드 준비까지 해낸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몰입된 상황을 일부러 끊고 쉬는 것이 과연 옳을까?

한 번 몰입의 흐름이 깨지면 다시 그 깊이로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그날의 폭발적인 글쓰기 또한 내 안의 '글쓰기 근육'을 강하게 단련시키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실내 자전거를 탈 때,

처음부터 전력 질주하며 모든 힘을 쏟아붓는 것이 얼마 못 가 지쳐 멈추게 만들지만,

그 짧은 순간의 강한 힘이 오히려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늘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아주 느리게, 때로는 엄청난 속도로 치고 나가는 순간들도 필요하다.

다만, 전체적인 흐름은 강물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워야 하지 않을까.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고, 쉬어야 할 때 멈추고, 혹은 느려져야 할 때 느려질 수 있는 유연함.

아직 내가 기울인 노력에 대한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으로 하루하루를 꾸려나가는 정도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더 나은 생활, 더 큰 여유,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욕심이 마음속 깊이 꿈틀거린다.


한 번에 성공하는 길은 없다는 것을 이젠 잘 안다.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이 쌓여야만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


지금 나는 그 성공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

내게 맞는 최적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긴 여정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 과정 하나하나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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